삼성-미래 1‧2위 경쟁, KB-한투 3‧4위 경쟁 '점입가경'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업계의 경우 특히 1‧2위인 삼성-미래에셋과 3‧4위인 KB-한투의 경쟁 구도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투 양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내에서 ETF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작년 말 120조원 수준이었던 ETF 시장은 올 들어 단 한 분기 만에 140조원에 육박하는 등 급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최근 커버드콜·파킹형 ETF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도 급성장했다. 커버드콜은 채권·주식 등의 기초자산을 매수할 때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콜옵션 매도 때 받은 프리미엄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커버드콜 ETF는 올해 들어서만 약 10개의 상품이 신규 상장을 확정 지었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아울러 양도성예금증서(CD)나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등 초단기 채권의 금리를 일할 계산해 복리로 반영하는 파킹형 ETF의 인기도 무시할 수 없다. 각 은행의 파킹통장 상품처럼 하루만 돈을 넣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KB증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ETF 상품 중에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약 1570억원)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약 670억원) 등 2개 상품이 각각 2위,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뜨거운 인기가 입증되는 부분이다.

ETF 시장의 확장은 자산운용사 간의 혈투 양상으로 연결된다. 독특한 점은 국내시장 선두권 경쟁 양상이 1‧2위와 3‧4위 경쟁으로 나뉘어 전개된다는 점이다. 회사 간 위상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인데, 국내 자산운용업계 부동의 2강은 역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삼성운용이 운용규모(AUM) 면에서는 1위지만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미래에셋운용이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양사는 각각 ‘KODEX’와 ‘TIGER’라는 ETF 대표 브랜드를 갖고 있기도 한데 이들 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을 기점으로 양사간 점유율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최근 한국거래소를 참고할 경우 순자산 기준 최근 점유율이 삼성 약 40%, 미래 약 37%로 두 회사 간 격차가 3%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3‧4위간 경쟁도 매우 뜨겁다. 주인공은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이들 역시 ETF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양사간 점유율 격차는 현재 1%포인트대로 매우 좁아져 있어서 명확하게 어느 한 곳을 3위라고 확정해 말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3‧4위권 경쟁이 치열해진 시점은 2022년 전후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3위인 KB자산운용과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의 점유율 차이는 거의 5%포인트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 무렵 한투가 국내 시장에 ETF를 처음으로 도입한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운용총괄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고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교체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면서 KB와의 거리가 급격하게 좁혀졌다.

이에 KB 역시 올해 초 삼성자산운용 출신 김영성 전무를 대표이사로 발탁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ETF 리브랜딩을 주도했던 김찬영 ETF마케팅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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