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구속영장 청구할 정도로 허 회장 혐의 명백하지 않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긴급 체포돼 구속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을 앞둔 ‘보여주기식’ 조사에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 K푸드 확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임삼빈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을 서울구치소에서 불러 조사 중이다. 허 회장은 지난 5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흘 만에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허 회장을 상대로 황재복(62·구속기소) SPC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에게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는지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 구속에는 황재복 대표 등 다른 임직원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 황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노조 조합원들의 탈퇴를 종용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지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배경에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연달아 구속 수사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고, 강하게 반발에 나섰다. 
허 회장은 고령의 환자인 데다, 혐의가 명백하지 않고, 검찰 조사에 불응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SPC그룹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3월13일 검찰로부터 최초 출석 요구를 받았다. 해외 기업과 중요한 사업상 일정으로 인해 일주일의 출석일 조정을 요청했으나, 합당한 이유 없이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당시 SPC그룹은 허 회장을 주축으로 이탈리아 파스쿠찌 본사와 ‘파리바게뜨’ 현지 진출을 논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중요한 행사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는 과정에 누적된 피로와 검찰 조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조사 도중 건강 상태가 악화해 검찰 조사를 시작한지 1시간 만에 응급실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2015년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천명했다. 올해는 그간 기틀을 다진 사업을 실행에 옮기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지난해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 전략과 함께  할랄시장을 공략 의지를 밝혔다. 말레이시아와 케나다 등 신규 지역에도 매장을 내고, 글로벌 사업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또 파리바게뜨는 올해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내년 준공 예정인 할랄 인증 생산기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미국에 파리바게뜨 매장 1000개 이상을 연다는 목표도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허 회장과 황 대표 등 주요 임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SPC그룹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SPC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자 했으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조사가 중단됐을 뿐 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구속기간인 이달 23일까지  회장을 상대로 그룹 차원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백모 SPC 전무(구속기소) 등 SPC 관계자들이 수사 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검찰 수사관에게 수백만 원의 금품·향응을 전달한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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