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물가·경기 고려해 이달 기준금리 동결할 듯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에서 전망한 6월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책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면서 금리 인하 신중론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도 연일 금리 인하 신중론을 쏟아내고 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연합뉴스 제공.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노동부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시장 전망치(3.4%)를 웃돌며,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물가 지표로 연준의 6월 기준 금리를 인하 기대감은 더욱 약화됐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연내 어느 시점에선가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연준 의원들은 최근 매파적(통화긴축선호) 발언들을 연일 쏟아내며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시시각)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모두발언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해 둔화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까지 견조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진전에 비춰볼 때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추가적인 지표를 기다릴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FOMC 이후 성명에서 밝힌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연준은 당시 성명을 통해 연내 금리 인하를 전제하면서도 “FOMC는 기준금리 조정을 고려함에 있어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 균형을 신중히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연내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섣부른 인하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데일리 총재는 “금리를 너무 일찍 인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위험하다”고 전했다. 메스터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2%까지 하락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며 “하지만 좀 더 확신을 갖기 위해선 더 많은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했다.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하며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시장에선 이를 근거로 연준이 올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물가가 깜짝 반등하면서 6월 금리 인하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론을 견지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은은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 및 물가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작년 1월 연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망대로 금리가 동결되면 기준금리는 10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된다.

한은은 ‘라스트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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