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수준 수렴할 때까지 긴축 기조 지속"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 수준에서 10회 연속 동결했다. 국내 물가 상승률이 최근 3%대로 올라서며 불안한 물가 상황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통화정책 향방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진 점 등이 이번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12일 오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되면서 기준금리는 10연속 동결을 이어가게 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배경에는 물가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3.2%에서 올해 1월 2.8%로 2%대로 내려왔으나, 2월과 3월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겠으나, 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웅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향후 물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국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준은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훨씬 웃돌면서 금리 인하 신중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미 노동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물가 지표로 연준의 6월 금리를 인하 기대감은 더욱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연내 어느 시점에선가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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