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보수환수제 부상, 산은 이전 무산 가능성↑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4·10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내걸었던 금융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내걸었던 은행 '횡재세법' 외에도 금융기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보수환수제'가 은행권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던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여당 참패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지난 4·10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내걸었던 금융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내걸었던 은행 '횡재세법' 외에도 금융기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보수환수제'가 은행권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187석'의 범야권(민주당 175+조국혁신당 12석)이 총선을 앞두고 내세운 금융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당장 민주당이 내세우던 은행 '횡재세법(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은 재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횡재세법은 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치의 120%보다 많으면 초과분의 최대 40%를 정부가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사에 횡재세를 도입한 국가가 사실상 거의 없는 데다, 시장원리에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회 입법이 어려웠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선거 유세에서 "선진국은 횡재세라고 해서 많은 사람의 고통으로 특별히 돈을 더 많이 번 쪽에 일부를 부담하게 한다"며 "금융기관, 에너지기업 등이 횡재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눈여겨볼 만한 공약으로는 '금융기관 경영진 대상 보수환수제 도입'이 꼽힌다. 금융권의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마련된 공약이다. 지난해 3월 금융당국 수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인 간담회에서 최초 언급된 바 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단기실적주의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면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 책임을 다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관련 법령 개정을 시사했는데,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비롯 연이은 금융권의 금융사고로 국민들의 공분이 커진 만큼, 법안 발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밖에 민주당은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 소상공인 지원 정책자금 확대하는 등 서민금융 확대도 공약으로 내걸은 상태다. 또 저금리 대환대출 예산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전문 은행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약집도 발표했다.

민주당의 무더기 규제 예고에 은행권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금융지주 주가들이 일제히 폭락했다. 총선 후보자들이 발언한 게 있고, 강한 법안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해 주식이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에서 당장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부터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금융권으로선 전반적으로 우울한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선방했더라도 금융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선방했더라도 공약들이 금융권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며 "국민의힘이 우세했다면 기존 정부 기조를 이어오지 않았겠나. 현재도 은행에게 불리한 게 많으니 업계로선 우울한 상황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우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한국산업은행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이 최근까지 노사 갈등의 첨예한 이슈였는데, 여당이 참패하면서 추진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내부적으로 나오는 까닭이다. 사내 단체 메신저에서도 여당의 대패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진우 산은 노조 부위원장은 "본점 이전 반대를 외쳐줬던 의원들이 모두 국회에 입성했다"며 "가령 백혜련 정무위원장이나 김종민 의원이 당선된 반면, (민주당이지만) 부산에서 산은 이전을 얘기하던 박재호 의원은 떨어졌다. 정치 구도상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산은이 위치한 지역구(영등포을)도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는데, 핵심 공약이 산업은행 이전 저지였다"며 "여러모로 산은 직원들이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소야대로 산은법 개정이 어려워진 만큼, 본점 부산이전 가능성은 옅어졌다. 다만 사측이 직원 파견 등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위원장은 "사측이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산업은행 이전을 하겠다고 한 상황이라서 산은법 개정 전에 직원을 부산으로 인사발령 내는 식의 꼼수를 막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며 "사측에서는 추가적으로 발령을 보내려는 움직임은 계속 있을 것 같다. 그냥 한 부서를 내려보낼 수 있어서 저희(노조)는 계속 경고를 하고 있다"고 경계심을 내비쳤다.

최근 산은은 거듭된 직원들의 이탈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80여명의 신입직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산은 노조에 따르면 본점 부산 이전 논란 이후 2년간 매년 100명 내외의 직원들이 이탈했다. 전체 임직원수 3000여명 중 조합원이 2000여명이라는 점에서, 약 10%의 인력이 지방이전 논란으로 이탈한 것이다. 

한편 민주당 소속으로 금뱃지를 달게 된 노조 출신 인사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 평택병 의원으로 당선된 김현정 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위원장과 비례대표로 당선된 박홍배 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의 당선에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애로사항 및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등에 주목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전날 오후 산은 본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했고, 민생을 돌보지 않은 그 책임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했고, 산업은행 지방이전과 같은 잘못된 정책을 당장 바꿔야 한다고 우리 노동자들이 심판했다고 생각한다"며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 산업은행 동지, 금융노조, 한국노총과 함께 산업은행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박홍배 위원장은 은행권 현안 해결에 제일 앞장섰고, 국민은행 출신이기도 하다"며 "(근로자들이 불만으로 제기하던) 은행 영업시간 및 주 4일제·4.5일제 도입 등에 항상 앞장섰던 만큼,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루트가 생겼다고 본다"고 평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