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 가능성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10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대출금리도 더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시중은행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10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대출금리도 더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사진=한국은행 제공.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공산이 커지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다. 브렌트유가 92달러를 웃돈 것은 5개월여 만이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가 85.66달러에 마감했다. 

같은날 원‧달러 환율은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7개월만에 최고치다.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로 동결한 가장 큰 배경에는 물가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 동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다시 안정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연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도 예다한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2%에서 올해 1월 2.8%로 2%대로 내려왔으나, 2월과 3월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나, 중동 사태 등을 고려했을 때 전망치는 어긋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대출금리도 당분간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들도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보조를 맞춰 선제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신한은행은 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주담대 금리를 연 0.23%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했다.

당국은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중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은행권에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거듭 주문해오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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