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오심 은폐' 의혹에 휩싸인 프로야구 심판 3명이 직무 배제됐다. 이들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14일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의 대구 경기에서 불거진 심판진의 ABS(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 오심 은폐 논란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이 경기 심판팀장 이민호, 주심 문승훈,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날 경기에서 NC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3회말 삼성 공격 2시 1루 이재현 타석 때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NC 투수 이재학이 이재현에게 2구째 투구를 한 순간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김지찬은 아웃 판정을 받았으나 삼성 측의 비디오판독 요청 끝에 세이프로 정정됐다. 2구째는 볼 판정을 받았다.

이 2구째 볼 판정이 문제였다. 이후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져 3볼-2스트라이크가 된 상황에서 강인권 NC 감독이 문승훈 주심에게 'ABS 판정 결과를 전달받는 KBO 태블릿PC에는 2구째가 스트라이크로 나왔다'며 항의했다. 만약 2구째가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였다면 이재현은 이미 삼진 아웃이 됐어야 했다.

   
▲ 오심 은페 논란을 일으킨 심판위원들이 직무 배제됐다. /사진=SBS 뉴스 캡처


이에 심판진이 모여 4심 합의를 진행했고, NC 측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다음 투구가 진행돼 어필 시효가 지났다는 것이 심판진이 밝힌 이유였다.

하지만 4심 합의 과정이 TV 중계화면에 잡혔을 때 심판들 사이에 논란을 부를 말들이 오간 것이 확인됐다. 1루심을 맡고 있던 이민호 심판팀장이 문승훈 주심에게 "(ABS 판정)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한 말이 고스란히 TV 중계에서 들린 것이다.

문승훈 주심이 ABS 판독에 따른 스트라이크 판정을 잘 못 들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3루심도 주심과 동시에 인이어로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듣는다. 그런데 주심은 3루심에게 확인하지도 않았고, 추평호 3루심도 볼 판정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 판정 논란 후 이재현은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후 삼성 타선이 폭발해 3점을 내며 3-1로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는 삼성의 12-5 승리로 끝났다. TV중계를 통해 심판들의 '오심 은폐' 의혹이 드러난 만큼 야구팬들의 비판이 거셌다.

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BO는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또한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ABS 판정 확인 과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처음 도입된 ABS는 볼과 스트라이크에 대한 판정 시비를 없애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현장에서는 ABS 자체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와중에 심판들의 오심 은폐 의혹까지 더해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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