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예금에 '곱버스' 베팅까지…전문가들도 "1400원은 과하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투자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달러예금 상품을 찾는 발길이 많아진 한편으로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는 개인투자자(개미)들은 ‘달러 곱버스’ 상품 매수에도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투자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사진=KB국민은행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개미 투자 포트폴리오의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했다. 1340원대 주변에서 맴돌던 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 갑자기 치솟으며 현재 1380원까지 올라와 있다. 

장중 한때는 무려 17개월 만에 1400원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정부와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 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재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 시장의 환율에 주는 영향은 1년 반 전에 비해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는 견해를 함께 내놓기도 했다.

상황을 바라보는 개미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어느 정도의 고환율을 상수로 인정하고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도드라지는 분위기다. 아예 달러를 투자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안정적으로 달러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달러 예금이다. 시중은행에서 외화 통장을 개설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적금이나 정기예금의 경우 4% 중반에서 5% 초반 수준의 이자까지 수익으로 낼 수 있다. 이자수익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될 뿐 환차익에 대한 세금은 없다. 외화‧원화예금 총액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대상이다.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라는 선택도 있다. RP란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고객들에게 나눠 판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정한 가격으로 재매수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금융상품을 지칭한다. 하루 이상만 투자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투자 기간별로 금리가 다르게 책정되며, 국내 주요 6개 증권사의 수시식 수익률은 4.20~4.65% 구간에 분포돼 있다.

당국이 개입에 나선 만큼 달러 가치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달러 인버스 상품에 시선을 주고 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 상장된 달러인버스ETF에 몰린 순매수액은 358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대비 2배가 넘는 돈이 몰렸다.

KODEX미국달러선물인버스에는 3월(10억8900만원) 순매수 대비 255% 증가한 38억6866만원이 몰렸다.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는 달러 하락세를 2배수로 추종하는 ETF로, 지난 3월 대비 약 250% 증가한 14억8325만원이 순매수됐다.

전문가들도 고환율 ‘뉴노멀’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수준은 과도하다는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달러 환율 상승에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 후퇴에 따른 달러 강세에 더해 이란-이스라엘 확전 우려, 중국 인민은행의 환율 절하 고시, 외국인 배당금 지급 이슈 등이 함께 작용했다”고 진단하면서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재료들로 1400원은 오버슈팅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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