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통해 기술력 또는 R&D 비용 확보
"엑시트(투자금 회수) 구조로 자리잡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및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전략을 짜고 있다. 올해 초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오리온그룹을 시작으로 보령바이오파마, 지오영 등은 매각이 한창 진행 중이다. 

   
▲ 제약회사 한 연구원이 실험 중인 모습./사진=픽사베이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지난달 29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73%에 대한 대금 5475억 원을 납입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인수전을 마쳤다. 

지난 2020년 바이오 산업에 진출한 오리온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유망한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했고, 그 대상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오른 것이다. 

ADC란 항체와 약물을 접합해 특정 단백질(항원)을 표적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제를 뜻한다. 항원을 표적하기 때문에 기존 화학요법보다 효능은 높고 독성은 줄여 정상조직의 손상을 낮출 수 있다는게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기반 신약연구개발 회사로서 해당 분야에서 차별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총 4개다.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규모는 약 9조 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 대금과 얀센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기술료까지 수령한다면 약 1조 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M&A 이후 IR자료를 통해 후보물질 발굴을 연간 2개에서 4~5개로 늘리고, 5년 내 10~20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령바이오파마도 물밑 협상이 한창이다. 지난 2022년부터 매물로 올려진 이 회사는 최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보다 가격 조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보령바이오파마의 경우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벨류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게 나와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거 같다"고 귀띔했다.

국내 의약품 도매 업체 1위인 지오영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다. MBK파트너스는 전날 지오영 최대주주인 블랙스톤과 이러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 71.25%를 1조9500억 원에 매입한다. 

다만 이번 인수전이 완료되더라도 조선혜 지오영 회장의 지분율은 그대로다. MBK파트너스는 향후 지오영 설립 멤버인 조 회장의 영업력과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오영은 조 회장과 이희구 명예회장이 2002년 설립한 의약품 도매 유통업체다. 

앞서 지난해 MBK파트너스는 헬스케어에 주목하고 구강 스캐너 솔루션 업체 메디트(2조 4000억 원)와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2조5000억 원)를 잇달아 인수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자금력 있는 기업에선 유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사들여 사세를 확장하고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선 자금을 확보해 연구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M&A를 단순 자금력 확보를 위한 최선책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 중 하나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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