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카타르 도하에서 굴욕을 당했다.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올림픽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 져 올림픽 본선 10회 연속 진출이 좌절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6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할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하고 있다. 상위 3팀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림픽 티켓을 노려야 한다.

사상 최초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에 도전한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무조건 꺾고 4강에 올라가야 했다. 축구팬들은 당연히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지는 수모 속 파리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40년만에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의 올림픽행을 가로막은 팀이 인도네시아라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U-23 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 진 것은 처음이다. 이전 5차례 맞대결에서는 모두 이겼다. A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한국이 23위로 134위인 인도네시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인도네시아 축구는 최근 많이 발전했다. 2019년부터 신태용 감독이 A대표팀과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총괄 지휘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부쩍 늘고 조직력도 상당히 탄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에서 우승 후보로 꼽힌 호주를 1-0으로 꺾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올림픽 진출권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이렇게 패퇴한 것은 참사이자 굴욕이다.

한국은 이날 조별리그 3골을 넣었던 이영준이 후반 25분 파울로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몰리는 악조건이 있었다. 황선홍 감독도 후반 종료 직전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해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지휘하지 못했다.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도하 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황선홍 감독은 가장 중요했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장기간 팀을 이탈해 있었다. A대표팀이 카타르 아시안컵 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사태를 맞아 3월 A매치 기간 사령탑 공백 사태를 겪자 황 감독이 임시로 A대표팀을 지휘했다.

황 감독은 3월에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2연전을 이끌어 1무 1승의 성적을 내고 다시 올림픽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올림픽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최종 점검 무대였던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참가해 황 감독 없이 경기를 치렀다. 감독이 선수들의 실전 능력이나 컨디션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해외파 선수 차출도 여의치 않았다. 당초 황선홍호 최종 명단에는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김민우(뒤셀도르프), 정상빈(미네소타) 등 5명의 해외파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공격수 양현준과 미드필더 배준호, 수비수 김지수가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합류하지 못했다. 정상빈은 조별리그 1차전 하루 전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황선홍호는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도 못한 채 올림픽 예선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해외파 불참으로 인한 공격력 약화와 중앙수비 불안은 조별리그 3연승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다가 인도네시아와 8강전에서 한국의 약점으로 부각됐고 직접적인 패인이 됐다.

A대표팀의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과 올림픽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로 한국 축구에 연이는 충격파가 덮쳤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어떤 책임을 지며, 또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