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표현 처음 써 주목…반면 채상병·김여사 특검 '부정적 입장'
야당과 협치 관련 "하루아침에 분위기 확 바뀌지 않는다"
국정기조 전환에 "고칠 것 고치고 일관성 지킬 것 지키겠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특검법' 및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특검에 거부권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야권과의 협치가 아닌 대치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1년 9개월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이같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취임 후 다른 현안들에 대해 '죄송' '부족' '송구' 등의 단어를 써왔지만 '사과'라는 표현을 이날 처음 사용해 주목 받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현안 중 하나인 특별검사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향후 먹구름 정국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야당이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먼저 지켜보자"며 사실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의혹 관련 특검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열린 5월 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거나 그 앞을 지나쳐서 걸어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야당과의 협치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은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잉, 갈등, 이런 것들을 만들어 가면서 정치가 진행돼왔다"며 "협치를 한다고, 제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확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끈기와 인내, 서로에 대한 진정성, 신뢰, 대화, 성의 이런 것들을 먹고 사는 것이 협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서로가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줄곧 요구해온 국정 운영 기조의 전환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생에 관해서 국민 목소리를 더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그런 기조 변화는 맞는다"며 "한편, 시장 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우리의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결다른 답변을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래서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을 더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설명하면서, 야당이 원하는 '국정 기조 전환'을 순순히 따라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총선 압승으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도 장악한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며 혹평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국민보고는 우리 국민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과 국민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사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왜 70%에 가까운 국민께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 않는지, 왜 총선에서 국민께서 심판했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며 "기자회견 역시 한 치도 예상을 비켜나지 않았다, 총선을 통해 민심의 회초리를 맞고도 고집을 부리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73분간 20개의 질문을 받아, 최대한 자세하게 본인의 입장과 생각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윤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기자들 120여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지난 2년간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 뵙도록 하겠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자회견은 준비한대로 크게 무리 없이 마친 모양새지만, 야당과의 협치를 사실상 거부하고 나서면서 향후 정국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입법 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지고, 이에 맞선 윤 대통령이 얼마나 방어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