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표될 엔비디아 실적에 세계 증시 방향성 결정될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의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자 시장이 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증시 3대 지수 모두가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신기록 수립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다시 한 번 다음 주에 발표될 엔비디아 1분기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 호실적을 발표할 것은 확실시되지만 시장의 기대를 얼마나 뛰어넘을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 미국의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자 시장이 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이 다시 한 번 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기를 제공한 것은 미국의 4월 CPI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4월 CPI가 전년 대비 3.4% 상승했다고 밝히면서 전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진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들어 CPI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처음이었던 데다, CPI가 여전히 뜨겁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터라 시장은 반색하며 다우존스30산업평균(다우)‧S&P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간밤(현지시간 16일) 미국 증시는 표면적으로는 3대 지수가 모두 소폭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실을 보면 여전히 열기가 남아 있다. 장중에는 셋 다 최고점을 찍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다우지수는 4만51.05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장중 4만 고지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 11월24일 3만선을 돌파한 후 4년이 채 되지 않아 신기록에 근접한 셈이다.

미 증시의 열기에 비하면 한국 주식시장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지난 16일 코스피는 0.83%, 코스닥은 0.95%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하루치 상승폭으로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지만, 미 증시가 랠리 조짐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반응이었다. 더욱이 이날(17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약 1%, 코스닥은 약 1.5% 하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아직 상승의 동력으로 삼을만한 강력한 재료가 남아 있다. 미국 시간으로 22일, 한국 시간으로 23일 새벽 발표되는 엔비디아(NVDA) 1분기 실적 발표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최고 수혜주 엔비디아 주가는 이제 단일종목 수준을 넘어 시장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index) 역할을 하고 있다.

미 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드는 동안 엔비디아 주가도 한동안 지속된 횡보 흐름을 끝내고 상승세로 방향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엔비디아 전고점은 지난 3월8일 기록한 974달러인데, 현재 주가는 950달러 안팎에서 횡보하며 최고 기록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고 있다.

만약 다음 주 실적 발표에서 다시 한 번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온다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으로 예상되는 9월, 혹은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는 상승 기조로 방향이 굳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 체인에 속한 국내 종목들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한 가지 변수는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 정도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실적 피크 아웃을 우려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등 AI 구매자들의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 상향 움직임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 “무난한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은 기존 주도주 중심의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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