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영국 타임지(The Times)는 헝가리 정부가 난민들을 강제로 이동시켜 수용하는 과정에서 난민 어린이가 부모 가족과 강제로 격리돼 '생이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헝가리와 세르비아 국경의 난민 캠프 밖에는 6살 조카를 데리고 있는 19살 소녀 마라 바빌리가 친척과 연락을 취하려고 문자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바빌리는 "친척에게 연락이 안 된다. 갑자기 6살 아이의 부모가 돼 겁이 난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들이 포함된 두 가족은 지난달 말 함께 시리아를 떠나 독일로 가기 위해 헝가리에 도착했다.
비극은 헝가리에 도착해서 발생했다.
두 가족은 헝가리 국경에서 만난 뒤 경찰에 의해 쓰레기가 널린 야외의 한 지역으로 보내졌다.
이들은 이틀 후 숙소는 물론 위생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이 곳을 탈출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경찰에 발각됐다. 경찰은 난민등록을 위해 어른들과 어린애들은 버스에 태워 난민캠프로 보냈지만 바빌리를 포함한 10대 아이들과 6살 조카 등 7명은 길 위에 그대로 남겨 두었다.
부모를 잃은 이들은 부모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세르비아 접경지역 뢰스케의 난민캠프로 향했지만, 이곳에서도 경찰은 캠프가 이미 가득 찼다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바빌리는 "여기에 부모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연락을 하던 왓츠앱메시지에 응답이 없는 것을 보면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바빌리는 자신은 여행경비를 갖고 있지만 조카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부모가 모든 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들은 부모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다 다시 경찰에 붙잡혀 난민캠프로 보내졌다. 앞서 경찰이 난민들로 가득찼다며 출입을 막았던 바로 그 캠프였다. 하지만 캠프 안은 비어 있는 곳이 많았고 아이들의 부모도 찾을 수 없었다.
독일과 유럽연합(EU) 등이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헝가리는 정작 난민 수용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난민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어 주변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헝가리가 난민들의 지문을 채취하고 캠프에 대기시키면서 난민들은 세르비아로 되돌려보내질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전날 헝가리 당국은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송환지역'을 마련해 난민들의 헝가리 입국을 막을 방침이며 난민들이 세르비아로 돌아가는 것은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 22일에는 경찰의 국경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의회가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