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의석 수로 밀어붙여 강행 처리해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돌려보내는 '여소야대' 구도가 22대 국회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없이 여야 합의로 통과할 '1호법'이 무엇이 될지 주목된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지 이틀 지난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완화다. 야당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종부세 개편 논의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후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강화되면서 '이중 과세'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고, 임차인에게 '조세 전가' 현상이 일어나면서 일부지역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특히 1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매기는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종부세에 대한 사법부와 입법부-행정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정부에서 납부 대상이 확대된 종부세에 대해,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입법 목적이 정당했고 세금 부담 또한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합헌' 판정을 내렸다.
국회에서 총대를 메고 나선건 민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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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5월 28일 오후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본회의장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싼 집이어도 1주택이고 실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해 파장을 일으킨데 이어, 고민정 의원은 지난 26일 "종부세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성역으로만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총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은 바 있다.
야당 일각에선 아직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하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종부세에 대해 "사회 기득권층이 내는 초부자 세금"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고, 조국혁신당 또한 "민생 입법을 이끌어야 할 제 1야당이 부자 감세와 궤를 같이 하는 종부세 폐지를 검토한다는 사실에 대해 유감"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야당에서 터져 나온 일부 종부세 폐지론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종부세 폐지·개편·완화 논의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또한 지난달 31일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종부세 폐지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세금 제도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종부세 폐지는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관건은 법개정을 좌우할 민주당의 움직임이다. 현재 민주당은 1주택자 폐지 등 종부세 개편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 또한 종부세 개편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의 취재에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걷자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주민들이 실거주하는 주택 상당수가 종부세 대상"이라며 "민생도 민생이지만, 집은 주민들이 살아가는 터전인데 종부세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 진영의 이슈까지 선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민생을 위한 문제"라며 "이재명 대표도 선거 때부터 종부세 부담을 완화시키는게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선 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매번 거부권 행사 이유로 밝힌건 '여야 합의'의 실종이었다. 민주당에서 먼저 불거진 이번 종부세 폐지·완화·개편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