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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V조선 캡처 |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성지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Grand Mosque·마지드 알하람) 증축공사 현장에서 11일(현지시간) 대형 크레인이 무너져 100명 넘게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랜드 모스크는 이슬람의 발상지인 메카를 대표하는 종교시설이다. 이날이 금요 예배(주마)가 열리는 날인데다 21일 시작될 정기 성지순례(하지.Hajj)를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무슬림이 몰려든 상황이라 인명피해 규모가 컸다.
연한뉴스는 AP통신과 BBC방송 등 외신을 인용해 이날 오후 5시30분께 초속 23m의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면서 그랜드 모스크 주변에 서 있던 대형크레인이 성전 회랑 쪽으로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이 사고로 최소 107명이 목숨을 잃었고 230여 명이 부상했다. 그랜드 모스크 안에는 하지를 앞두고 각국에서 모여든 신자가 많았다.
사고를 목격한 야흐야 알 하세미(30)는 CNN방송에 "모래폭풍이 폭풍우로 변했다. 건축자재가 날아다니고 갈라지는 소리가 계속 들리다가 비극이 발생했다"면서 "모스크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아우성이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인 칼레드 알마에나도 "심한 폭풍우로 메카 전역에서 나무가 뽑히고 유리창이 깨졌다"면서 "1시간 늦게, 혹은 5∼6시간 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모스크 안에 사람이 더 많아) 사망자가 1천 명도 넘을 뻔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특히 수백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하지 기간에 사고가 났더라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장에는 구조대원 50여 명과 구급차 80여 대가 급파돼 사고를 수습했다. 메카 주지사인 칼리드 알파이살 왕자는 즉시 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이집트와 인도, 영국 등은 자국 무슬림의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집트 보건부는 최소 12명의 자국 순례객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하지 때 몰려드는 인파로 이미 여러 차례 압사사고를 겪은 사우디 정부는 한 번에 22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그랜드 모스크 규모를 40만㎡ 늘리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2년 전 시작된 공사는 올해 하지 전에 완료될 예정이었다. 사우디 정부는 2013년 하지 때 310만 명의 신자가 몰리자 그랜드 모스크 출입구를 넓히고 한가운데 있는 성소 카바신전에 손을 대는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고 당부하며 사고 방지책을 강구했다.
공사는 사우디 최대 건설업체인 사우디빈라덴그룹이 맡고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이 가문 출신이지만 축출당했다.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로 성지순례하는 의식은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다. 성지순례객은 대성전 주위를 7바퀴 돈 뒤 인근 미나계곡으로 옮겨 기도를 하고 아라파트(에덴동산) 평원으로 옮겨 기도하는 등의 절차를 따른다.
2006년 미나계곡에서 360여 명이 압사했고 2004년 하지 때도 24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났다. 하지 기간에 발생한 최악의 참사는 1426명이 목숨을 잃은 1990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