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시민이 12일(현지시간) 동-서로 찢어져 팽팽한 찬반시위를 벌였다. 초유의 난민유입 사태 때문이다.
서유럽에서는 난민 ‘환영’ 시위가 잇따랐지만 동유럽에서는 반대 시위가 속출했다.
연합뉴스는 AP·AFP통신 등의 보도를 인용하며 세부적인 내용을 전했다. 뉴스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등지에서 시민 수 만 명이 거리로 나와 난민 지원시위를 벌였다.
영국의 런던 시위대는 '난민의 목숨은 소중하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난민도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 등의 플래카드를 흔들며 행진을 벌였다.
이날 시위엔 영국 노동당수로 선출된 제러미 코빈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안전하게 살 곳이 필요하고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하고 우리와 똑같은 절박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마음을 열자"고 주장했다.
정부가 난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덴마크에서도 시민 3만여 명이 코펜하겐에서 난민 지원 시위를 벌였다. 베를린에서는 시위대가 시리아 국기를 흔들며 난민 포용을 주장했다.
반면 동유럽 국가에서는 난민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가톨릭 신자로 추정되는 시위대 5천 명이 '이슬람은 유럽의 죽음이 될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체코 프라하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도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난민은 환영받지 못한다. 집에 가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한편 독일 뮌헨은 수없이 많이 몰려드는 난민으로 ‘한계’에 봉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하루만 뮌헨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부터 1만2천200여 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BBC방송은 독일 당국이 이번 주말에 난민 ‘4만 명 입국’을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난민 유입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독일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지원을 촉구했다.
난민포용에 반대하는 헝가리는 15일부터 국경을 넘거나 장벽을 훼손하는 난민을 추방, 구속하는 등 강력한 국경통제에 나설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이날 세르비아에서 헝가리로 난민 4천명이 한꺼번에 넘어오는 기록을 세워지기도 했다.
헝가리가 난민을 ‘인간 이하’로 대접하고 있다는 비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헝가리 경찰이 떼 지어 모여든 난민에게 음식을 던져주는 영상이 공개돼 ‘가축’ 취급을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유럽 각국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경을 맞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는 서로를 비난하며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헝가리를 ‘나치’에 비유했다. "난민을 열차에 넣어 보내버리는 건 유럽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맹비난한 것이다. 이에 헝가리는 오스트리아 대사를 소환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21세기 유럽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다"라며 "오스트리아 총리는 몇 주간 헝가리에 대해 거짓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독일의 명문 축구구단 바이에른 뮌헨은 이날 경기에 앞서 난민 어린이들과 함께 입장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경기를 보러온 7만5천 명의 팬은 환호를 보냈고 난민 어린이들은 손을 흔들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