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기자] 전 세계가 마이너스 혹은 저성장의 공포에 떨고 있다.
중국발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글로벌 교역마저 감소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는 나라가 속출하고 있다고 국제금융시장과 블룸버그 통계 등을 인용해 14일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세계경제 불안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거의 유일한 한국 성장동력인 수출이 흔들릴 수 있는데다 자본유출로 인해 금융시장도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전년동기대비)을 나타낸 국가는 브라질과 캐나다,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다. 일본을 제외한 세 국가는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
신흥국이 모인 중남미의 1, 2분기 성장률은 각각 -0.1%와 -1.1%로 2분기 연속 0%를 밑돌았다. 동유럽은 2분기에 -0.5%,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 지역(EMEA)은 -0.2%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들 대륙은 지난 1년 동안 모두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올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교역에서 14.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해 상반기 주요 67개국 기준 세계 교역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주요 67개국의 교역액은 전 세계 교역의 90%를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교역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9% 줄어 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 등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지난 3월에 피치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 포인트 낮춘 2.7%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8월말 에 주요 20개국(G20)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저성장기에 진입했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경기선행지수(CLI)에서도 성장 모멘텀의 둔화가 두드러진다.
지난 7월 OECD 회원국의 CLI는 꾸준히 하락해 기준선인 100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이 지수는 작년 12월에 100 아래로 내려왔고 지난 7월에는 97.6까지 하락했다.
이 때문에 올해 또는 내년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는 통상 세계 GDP 성장률 기준으로 2%를 밑도는 것을 의미한다.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GDP 집계치(7%)를 토대로 계산했을 때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의 근본 성장률이 4%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세계 성장률은 2.2% 수준으로 떨어지며, 한 달 전에 진행된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그 이후 주가 폭락 사태 등을 고려하면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성장률도 2%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연구기관은 밝혔다.
성장률 둔화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진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다가가면서 이미 올해 들어 세계 주요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제금융계에서는 중국 성장 둔화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등급 강등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때 주목받던 브릭스 국가 가운데 브라질과 러시아 2개국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브라질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지 한 달 반만인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등급을 내렸다.
무디스도 지난 1월 러시아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지 한 달여 만에 재강등, 투자부적격 등급을 부여했다.
이들은 양국에 대한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국제금융계에서는 올해 브라질과 러시아의 신용등급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는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약세로 경제가 휘청거렸다.
중국 성장세 둔화로 인한 자원 수요가 감소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재정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브라질은 국내 정치 혼란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주요한 강등 사유다.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은 지난 4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의해 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졌다.
주된 이유는 재정 건전화에 대한 의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경제성장이 부진하고 기업 이익 상승세가 탄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요인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3개 주요 신용기관에 의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 수준으로 강등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해외 채권단과 채무재조정에 합의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저유가 충격으로 경제가 거의 파탄 난 베네수엘라도 올해 1∼2월에 신용등급이 대거 강등돼서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나, 앙골라, 모잠비크, 가봉, 콩고, 잠비아 등 아프리카의 자원 수출국들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특히 S&P는 국가 수입의 70%를 석유에 의존하는 나이지리아의 신용등급을 올해 2월과 3월에 두 차례에 걸쳐 B+로 떨어뜨렸다.
JP모건은 나이지리아가 재무장관직을 수개월째 공석으로 두고 자본 통제를 강화하는 점 등을 들어 지난 10일 신흥시장 지수에서 제외했다.
카자흐스탄과 바레인, 에콰도르, 오스트리아 등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