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유도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심판의 황당한 판정 때문에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허미미는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여자 유도 첫 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를 맞아 연장 끝에 석패했다. 눈앞에 다가왔던 금메달이 심판 판정 하나로 날아가고 은메달로 색깔이 바뀌었다.

   
▲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사진=대한체육회 공식 SNS


허미미와 데구치는 정규 시간 4분 내로 승부를 보지 못하고 연장전을 벌였다. 허미미가 지도 2개를 받아 지도 1개의 데구치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연장으로 넘어갔지만 데구치가 지도 1개를 받아 동률이 됐다.

팽팽한 힘겨루기에도 허미미는 지치치 않고 몰아붙였고, 데구치는 갈수록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골든 스코어에 돌입한 후 심판이 허미미에게 지도를 주면서 데구치에게 금메달을 안겨줬다. 허미미가 '위장공격'을 했다는 판정이었다.

관중석에서 많은 야유가 터져나온, 석연찮은 판정이었다. 경기 후 데구치조차 '유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판정 오류를 인정할 정도였다.

금메달을 따면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겠다며 틈틈이 애국가를 외워온 허미미는 억울한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아쉬움 속에서도 '시합이니까 어쩔 수 없고…'라고 받아들이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이다. 3년 전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선택한 후 대한민국 대표선수가 됐다. 2023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땄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024 세계 유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라 이번 파리 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떠올랐다.

허미미는 16강전에서 팀나 넬슨 레비(이스라엘)를 상대로 골든스코어 끝에 반칙승을 거뒀고 8강전에서는 상대 전적 3전 전패로 밀렸던 르하그바토고 엔흐릴렌(몽골)을 종료 8초를 남기고 안다리걸기 절반승으로 눌렀다. 4강전에서는 리우올림픽 챔피언 하파엘라 시우바(브라질)를 제압하고 결승까지 올라 분하지만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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