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에 생긴 최초의 개인연금은 개인연금저축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의 연금저축과 구분하기 위해 이를 구(舊)개인연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상품이 도입된 것이 1994년 3월이었으므로, 올해로 도입 21주년이 된 것이다. 이후 개인연금은 인기를 끌며 금융시장의 히트상품이 되었지만, 1997년 가을 한국이 IMF사태를 맞이하면서 많은 가입자들이 계약을 해지하는 아픔을 맞이하기도 했다.

개인연금 시장은 2000년 이후 크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2001년에 개인연금 상품은 한번의 진화가 이루어진다. 그 배경은 소득공제 혜택은 늘어났지만 연금수령시 세금이 부과되는 연금저축(신개인연금)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개인연금저축(구개인연금) 상품 판매가 중지된 데 있었다.

그러자 새로운 연금저축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10년 유지시 비과세 혜택을 받는 연금보험(세제비적격 개인연금)이 거의 모든 생명보험회사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4년에 시작된 세제적격 개인연금의 생명보험업계 보유계약이 2008년에 198만 4000건이었던 반면, 2001년 판매되기 시작한 연금보험의 계약은 2008년에 521만 6000건이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판매기간에도 불구하고 연금보험의 판매규모가 3배 가까이 됐던 것이다. 이후 개인연금은 2012년경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구조적인 고령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그러나 최근 들어 개인연금 투자자들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다가올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고령화와 저성장에 있다. 한국은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가 넘는 고령화 사회에 도달했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이 비율이 14%가 되며 고령사회에 진입 예정이며, 2026년이 되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고령화와 함께 저성장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나라든지 영원한 고성장을 이어갈 수는 없다. 경제 구조가 성숙하면 자연스레 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역사의 경험이다. 한국의 경우 이미 저성장 구조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증가율은 2012년부터 이미 둔화되고 있다.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2017년부터는 아예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짐작하듯이 이는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내수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한국에 만연한 과도한 가계부채이다. 2015년 2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131조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만 해도 660여 조원이었다.

8년여 만에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이러한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여력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저축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화 저성장은 개인연금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높아

이렇듯 한국이 구조적인 저성장 고령화 국면에 접어들면 개인연금 투자자들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까. 일단 투자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다. 개인연금의 주요 투자대상은 국내의 채권과 주식이다. 일반 금리형 연금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제시하는 공시이율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 공시이율이라는 것도 결국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한 결과에 따라 결정되며, 대부분 국내 채권수익률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좌우되기 마련이다. 변액연금보험의 경우도 주요 투자대상은 국내 주식과 채권이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도 아직까지는 국내 채권과 주식의 비중이 더 높다.

문제는 고령화가 장기적으로는 금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령화되는 국가의 경우 대부분 빠른 속도로 복지비용이 증가하며, 이는 정부재정의 악화 및 국채발행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채를 많이 발행하는 국가는 기준금리를 장기간 낮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고령화로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채권가격의 상승은 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의 측면에서 볼 때는 저성장이 문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좋을 일은 없다. 일단 국내 소비가 감소할 것이므로 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고 경영환경은 어려워진다. 나라 경제가 천천히 나아가고 기업의 이익도 정체되는 상황에서 주가만 오를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이익과 동행하기 마련인 것이다. 실제 분석을 보면 2011년 이후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이익은 성장이 멈춘 상황이며, 향후에도 이러한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국내 주식에서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고령화 저성장은 개인연금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사진=SBSCNBC 캡처

개인연금의 수수료 인하 및 투자대상 다변화 가능성 높아

앞으로 한국의 개인연금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번 더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첫 번째 방향은 수수료의 인하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개인연금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산운용에서 발생한 수익률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이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충분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관대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저수익이 장기화 될 경우 투자자들은 수수료에 눈을 돌리데 될 여지가 많다. 수수료가 싸지면 그만큼 장기 연금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발 빠르게 대응하는 개인연금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연금보험의 예를 들어보자. 보험상품에서 주된 수수료는 사업비인데, 최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일부 연금보험 상품의 경우 이 사업비가 다른 상품에 비해 30~40% 가량 낮게 책정되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10년 이상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수익률에 매우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금보험에서 시작된 수수료 인하 경쟁은 향후 연금저축 등 다른 개인연금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들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예상되는 것은 해외투자의 확대이다. 최근 개인연금에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에서 그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국내 자산에만 투자했을 때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그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어떤 해외자산에 투자할 지를 선택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해외자산 운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는 개인연금의 해외투자 증가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동으로 글로벌 자산배분을 해주는 상품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