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기자] 니콜 바이디소바는 2000년대 중반 세계 여자 테니스계에서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15살 때인 2004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고 2005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정상에 오르며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됐다.
183㎝의 큰 키에 미모까지 겸비한 그는 2006년 프랑스오픈과 2007년 호주오픈 4강 등의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세계 랭킹은 2007년에 7위까지 올랐던 정상급 선수다. 그러나 20세를 갓 넘긴 2010년에 갑자기 은퇴를 선언해 코트를 떠났다.
같은 체코의 테니스 선수로 자신보다 11살이나 많은 라덱 스테파넥과 2010년 결혼한 그의 은퇴 사유는 '테니스에 흥미를 잃어서'였다.
하지만 바이디소바는 2013년 6월 스테파넥과 이혼했고 은퇴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전격 복귀를 선언했다. 4년 이상 공백기를 갖고 돌아온 바이디소바의 기량은 예전 같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복귀한 바이디소바는 WTA 투어 대회에는 나오지 못했고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키트 대회에 네 차례 출전했지만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올해 3월 WTA 투어 대회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에 성공한 그는 역시 3월 마이애미오픈에서는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따내며 예전의 기량을 조금씩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투어 대회보다 한 등급 아래인 ITF 서키트 대회에서도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는 등 침체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그는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로 했다. 2005년 우승했던 WTA 투어 코리아오픈에 10년 만에 다시 출전하기로 한 것이다.
대회 관계자는 "이 대회 우승자이기도 해서인지 단식 본선 와일드카드를 요청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예선부터 뛰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이디소바는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단식 예선 1회전에 출전했다.
한때 메이저대회 4강까지 올랐던 선수지만 이날은 센터 코트도 아닌 2번 코트로 혼자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2번 코트는 바로 옆 코트에서 경기하는 소리가 다 들리고 관중석도 몇 석 되지 않는 곳으로 전성기 시절의 바이디소바였다면 쳐다도 보지 않을 장소였다.
바이디소바의 상대는 미야무라 미키(441위·일본)였다. 역시 전성기 때였다면 상대할 일이 없는 순위의 선수.
그러나 바이디소바는 불과 1시간 6분 만에 0-2(2-6 3-6)로 졌다. 가끔 낮게 깔아치는 위력적인 샷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듯 상대 공격에 발걸음도 떼지 못하는 장면도 몇 차례 연출됐다.
2번 코트로 향할 때처럼 혼자 짐을 꾸려 라커룸으로 가는 바이디소바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며 경기 시작 전보다 더 쓸쓸한 모습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