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와 중동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라는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 나라 안팎의 경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닥쳐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이 처한 위기 상황을 <내수부진에 발목잡힌 한국경제> <기준금리 인하 ‘딜레마’> <정부 뛰는데, 국회는 反시장 입법에 몰두> 3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의 고용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이 맞물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자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금리 인하 실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
|
|
▲ 미국의 고용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이 맞물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자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금리 인하 실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 증가폭은 11만4000명으로 시장 전망치인 18만5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6월 취업자수 증가폭도 기존에 발표됐던 20만6000명에서 17만9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이상적인 ‘골딜록스(Goldilocks·물가안정 속 성장)’을 지향하다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것인데, 경기침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연준의 ‘9월 금리인하’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폭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수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조기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8월부터 10월까지 2회에 걸쳐 각각 0.25%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이 이미 너무 늦었는데, 9월 빅스텝까지 6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시장의 급격한 약화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고용이 흔들리며 소비자들의 소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마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다면 기업과 소비자, 투자자들의 심리가 냉각되며 미국 경제가 빠르게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6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은 내부에서도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조원 넘게 증가하며 3년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전월 말(708조5723억원) 대비 7조1660억원 늘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을 견인한 것은 주택담보대출로,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552조1526억원에서 7월 말 559조7501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5975억원 늘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리스크 점검회의에서 “최근 주요국 통화정책, 미국 경기 전망, 국내 부동산 시장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지난 수년간의 흐름에서 큰 변화를 보이는 변곡점에 있다”면서 “시장 리스크에 대해 한증 강화된 점검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 금융시스템 취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높은 부채비율과 부채 의존성을 꼽았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민간 부채는 495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06.5%에 달한다.
금융위는 현재 진행 중인 부채 대응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와 부채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부동산 금융구조를 과감하게 개선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역동성 회복, 금융안정을 위해 부채 중심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부채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긴 시계(視界)에서 연착륙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