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조항 제각각, 시중은행 '실수요자 여신 심사팀'도 꾸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다주택자 및 투기용 갭투자 등에 활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무주택자 및 기존주택처분조건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는 주담대를 내어주는 쪽으로 금융당국과 입을 맞춘 모습이다. 

최근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의 일환으로 각종 조건을 내걸어 전방위적으로 신규 대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실수요자의 피해가 극심해지자, 당국이 다시금 실수요자를 위한 조건부 기회의 문을 열어둔 모습이다. 

   
▲ 은행권이 다주택자 및 투기용 갭투자 등에 활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무주택자 및 기존주택처분조건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는 주담대를 내어주는 쪽으로 금융당국과 입을 맞춘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실수요자 여신 심사팀'도 꾸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미 경영목표치만큼의 주담대를 초과 달성한 곳도 더러 있다. 큰 틀에서 대출 공급은 줄이되, 실수요자에게는 대출을 내어주라는 입장인데, 이 같은 바람이 잘 작동할 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가계대출 전문가로 구성된 '실수요자 전담팀'을 꾸려 운영 중이다.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실거주 목적의 1주택' 외 추가 주택 매수를 위한 대출은 내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1주택자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제한 중인데, 이사·갈아타기 등 실수요자를 위해 '기존 보유 주택 처분 주담대'를 예외 사항으로 두고 있다. 

신한은행도 전날부터 여신심사역 5명으로 구성된 '실수요자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당초 신규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무주택자에게만 내어주고, '기존 주택 처분' 시에도 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통상 1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를 받아주는 은행권의 관례를 깨고 강경 기조로 대출을 조인 것이다. 

하지만 전날 1주택자에 대한 처분 조건부를 예외 허용하기로 선회했다. 주담대 실행일(잔금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구입 매수 계약을 체결한 대출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어주기로 한 것이다. 신한은행 전담팀도 이 같은 갈아타기 대출자 외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실수요자를 전담 심사·선별해 대출을 내어줄 예정이다. 

조건부 주담대 조치는 우리은행에서 먼저 감지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9일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을 신설한 동시에 무주택자에게만 주담대·전세대출을 내어준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9일부터 1주택 보유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출 취급 예외 요건을 명확히 했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취급이 가능한 경우로는 △결혼예정자가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경우 △대출신청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1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요건은 △수도권 지역으로의 직장 변경 △수도권 학교로의 자녀 진학 △수도권 병원 통원 치료 목적 △60세 이상 부모봉양 목적 △이혼 소송 중일 경우 △분양권/입주권 보유 및 취득 등을 예외를 뒀다.

특히 주담대 예외조건도 상당한데, 전담팀이 대출자의 예외조건에 부합한지 모두 판단하고 있다. 예외 조건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전세대출 시 무주택자만 가능 △수도권에서 유주택자 추가 주택구입자금 취급 중단(이사시기 불일치 따른 1주택자의 일시적 소요자금 허용) △타행 주담대 취급 제한 △주담대 만기 30년으로 단축 △입주자금대출 취급 제한 등이 거론됐다.

대형 시중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의 '은행권 자율 관리' 당부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 원장은 전날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당국 규제에 일괄적으로 대출공급을 조절하지 말고, 기준치 내에서 융통성 있게 자금을 공급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은 열어줄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은 일정 시점에 대출 절벽이라는 오해를 받는 형태로 이제 운영하기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점진적이고, 어떤 월 단위가 됐든 스케줄을 갖고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전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취급에 있어 그 간의 심사 경험을 살려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타행에서도 예외조항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격으로 접근해 20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펼쳤음에도 대출 증가세를 잡지 못했다"며 "아직 별도의 예외조항은 없는데 경영 목표치 이내에서만 대출을 내어줘야 하는 만큼, 추이에 따라 예외조항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들이 전방위적으로 대출공급을 축소하되, 실수요자에게는 자금을 내어줘야 해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당국은 그동안 올해 경영 목표치 이내에서 가계대출이 공급되기를 바란다고 천명한 바 있는데,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달성한 은행도 다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더욱이 8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역대급으로 늘어나, 현재로선 매우 세밀한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8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9조 3000억원을 기록해 전달 5조 4000억원 증가 대비 크게 확대됐다. 은행자체 주담대가 6조 4000억원,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모기지가 3조 9000억원 각각 증가했고, 보금자리론 등이 2조 1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확고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하에서 주택시장 과열이 지속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현재 추가적으로 검토 중인 관리수단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하겠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대출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정책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니 현장 혼란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도 대출을 정상 공급하려면 남은 4개월여간 속도조절에 나서야 하는데, 실수요자 대출은 또 내어주라는 입장이니 당국 바람대로 될 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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