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이끄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낮춘 것은 지난 2009년이었다. 눈앞의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여기에 더해 2009년부터 지난 5년간 미국은 제로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동시에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정책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중앙은행이 자기계정으로 시장에서 직접 장기채 중심의 채권을 무더기로 사들여 추가 금리인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지난 해 가을 이 양적완화는 멈추어졌고 이제는 제로금리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에 있다. 이번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에서는 일단 그 첫 금리인상이 10월이나 12월로 미루어졌다.

미 금리인상 지연이 유동성 유지라는 측면에서는 반길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많은 돈을 뿌리고도 아직 경기의 자신감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볼 때는 우려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점이 미국의 첫 금리인상을 둘러싸고 지금 세계금융시장이 온통 들썩이고 있는 이유다.

아무튼 세계각국이 앞다퉈 금융완화, 즉 돈을 풀게 된 것은 각국의 고유한 사정도 있지만 사실상 미국의 역할이 컸다. 대부분의 국가는 지금 재정을 풀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다. 정부 곳간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제로금리는 유럽과 일본, 그리고 수십 개국의 중앙은행들에게 예전보다 좀 더 편안하게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통화정책의 글로벌 동조화 현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통화전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저금리정책과 환율방어는 세계경기가 시원치 않은 마당에 자국통화로 표시되는 수출금액을 한 푼이라도 더 부풀릴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이웃나라 통화가치가 마구 떨어지는 판에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저금리라는 맞불을 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글로벌 환경 속에 한국의 금융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 만약 지금처럼 세계경기가 시원치 않고 미국의 금리인상 압력으로 달러가 계속 강세로 기운다면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은 앞으로도 쉽게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신흥국 쪽으로의 적극적인 자본유입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여기에 진짜 실수요까지 위축되면서 국제유가가 약세로 기울고 달러강세의 영향으로 원자재가격이 계속 빠진다면 신흥국 경제는 앞으로도 계속 타격을 받고 금융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세계경기가 시원치 않고 미국의 금리인상 압력으로 달러가 계속 강세로 기운다면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은 앞으로도 쉽게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마찬가지로 원유수입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제법 높은 국가이지만 세계경기가 위축되면서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저유가를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앞서 지적했듯이 달러강세로 외국인의 자본유출만 지속되고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다면 난감한 일이다. 다만 이 경우 환율이 만성적인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보임으로써 수출기업 수익성이 그나마 어느 정도 방어되는데 만족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각국의 통화전쟁, 혹은 유가하락이나 달러강세 그 자체가 아니다. 이런 유형의 것들은 모두 실물경제의 그림자일 뿐이다.

핵심은 경기의 방향성과 그 질(Quality)이 아닐까? 세계경기가 좋아지면 통화전쟁도 그치고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잘되면서 일자리도 늘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오히려 이를 반길 것이다. 당연히 증시도 좋을 것이다.

이것이 경기확장의 진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이 긍정적 시나리오의 달성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진정한 경기확장이 멀어질수록 세계 각국은 환율을 둘러싸고 이전투구 양상을 더 보일 것이다. 당분간 이 중대한 갈림길에서 지구촌경제와 증시가 상당한 고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글/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