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는 영업시작시간 변경 및 주 36시간 4.5일제 근무 등의 파격적인 근로조건 개선을 내걸어 사측과 협의 중에 있다. 근무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 업무준비를 하는 탓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주장인데, 저출생문제 극복을 위해서라도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경쟁력이 위축된 만큼, 노조의 요구가 다소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더욱이 은행권이 이자장사·고연봉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국민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노조는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오는 25일 총파업까지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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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는 영업시작시간 변경 및 주 36시간 4.5일제 근무 등의 파격적인 근로조건 개선을 내걸어 사측과 협의 중에 있다. 근무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 업무준비를 하는 탓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주장인데, 저출생문제 극복을 위해서라도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사진=금융노조 제공 |
17일 금융노조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은 지난 4월 17일 대표 교섭단 상견례에 이어 7월 24일 4차 대표단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달 6일과 13일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임금협상을 위한 단체 투쟁(임단투)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진데 이어, 오는 25일 총파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사측에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 단축 △근무시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개정 △본점 이전 계획 통지의무 및 본점 등 이전 또는 폐지 시 노조와 합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근로계약서상 근로 시간이 9시부터임에도 은행원들은 항상 8시30분 이전 출근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른 출근 시간 탓에 아이들과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7개 지부를 조사해보니 지난 10년간 출생아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며 "이른 출근시간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환경으로 아이들 돌보는 게 너무나 어려운 노동 환경 속에서 누가 아이를 더 낳을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노조는 전국 산별노조 중 가장 먼저 주 5일제를 도입했다. 그때 사람들은 토요일에 은행문을 닫으면 금융이 마비된다고 했으나, 우리는 편견과 폭력을 딛고, 오늘 여기 있다"며 "행복과 자유는 시간과 비례한다. 시간주권이야말로 이번 투쟁의 본질이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이끌어내는 노조의 행보에 호의적 의견을 보이면서도, 고객 편의성 및 국민정서 악화 등을 이유로 총파업이 큰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은행 점포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최근 은행 영업점의 변화 트렌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4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수는 총 535개로 지난 10년간 줄인 지점 수의 44%에 육박한다. 이는 디지털 채널이 주 이용채널로 자리한 덕분이다. 실제 금융소비자들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88%인 반면, 영업점 이용률은 32% 수준에 불과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근로조건 개선을 싫어하는 근로자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은행권이 이자장사·고연봉 논란 속 국민 대부분이 누리지 못하는 주 4.5일제 등 근무조건 개선까지 요구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권을 바라보는 국민정서가 썩 좋지 못한 만큼, 총파업까지 단행한다면 적잖은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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