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EU)이 2년 전 이미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시스템 조작 사태 위험성을 인식하고 경고했으나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감시에 실패한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가스 배출량 눈속임에 쓰이는 '차단 장치'(Defeat Device)를 2007년에 금지하고도 업계의 로비 때문에 이를 제대로 감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연구소인 합동연구센터(JRC)는 2013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시스템이 '차단 장치'를 통해 조작돼 검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 검사에서는 차단 장치로 가스 배출 조절 시스템을 활성화하거나 조절·지연·비활성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센터는 디젤차량들의 배출가스 검사를 도로상에서 자체 실시한 결과 해당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환경기준을 초과한 것을 발견했다면서 "도로 검사 방식을 통해 형식적인 현재 검사 과정의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시스템 조작장치를 이용해 검사 데이터를 왜곡한 수법과 실험실 검사의 허점이 보고서에 고스란히 언급됐으나 EU는 사태를 방지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EU는 또 문제의 '차단 장치'를 이미 8년 전인 2007년에 금지하고도 폴크스바겐이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배출가스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다고 FT는 밝혔다.

FT는 EU가 디젤차량 배출가스와 관련한 개혁과 대응에 실패한 것이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디젤차량 업계는 EU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는 데에 지난해에만 1850만 유로(약 246억원)를 들였으며 로비스트도 184명이나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