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안에서는 축하행사, 밖에서는 언론노조 시위

12월 1일 종합편성채널 4개사가 동시에 개국했다. 그런데, 개국하자마자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방송사고를 비롯해서,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까지 난장판이다. 종편 4개사 자체 문제도 심각하다. 종편 개국 현장도 가서 보니, ‘시민을 위해서’ 보다는 ‘시민들 위에서’ 군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마디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다.

◆조선TV만 채널번호 발표 ‘19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종편개국현장에서 조선TV만 채널번호를 발표했다. 조선TV채널번호는 19번이다. 방송개국을 결혼식으로 비유한다면, 나머지 채널번호는 신혼살림 아파트 번호가 없는 셈이다.

전세방에도 못 미친다. 거의 집단주거생활로 봐야할 정도다. JTBC는 15번의 가장 빠른 번호를 배정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사실상 서울지역조차 15번을 전체 통일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15번 채널에서 JTBC도 나오고, 다른 방송도 나온다는 뜻이다. 독자적 신혼방을 얻지 못한 꼴이 되었다.

종편 연번제 또한 물건너갔다. 채널 협상 당시 종편 4개사는 ‘하나의 협상창구’가 없었다. 종편 4개사가 뿔뿔이 흩어져서 각각 SO측에 번호를 협상하면서, 몸을 낮춘 조선TV만 ‘19번’의 단일 번호를 배정받았고, 나머지 채널들은 동일번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종편 4개사는 서로 하나되지 못함으로 연번제는 고사하고, 각자의 고유 채널조차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종편 4개사가 단추라면, 단추 1개만 구멍이 끼워졌고, 나머지는 단추 구멍조차 없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종편 4개사는 사이좋은 4형제라기 보다는 ‘남남 4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취재진들 사진기 몰수 및 압수 수색

행사장 입구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취재진 카메라를 몰수한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더 가관이다.

종편 4개사 동시 개국 축하 행사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입구에서 행사 진행요원들이 취재진 사진기 반입을 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안쪽에서는 검문검색까지 실시했다.
▲종편 4개사 동시 개국 축하 행사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입구에서 행사 진행요원들이 취재진 사진기 반입을 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안쪽에서는 검문검색까지 실시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저도 여기에 와서야 알았어요. 종편 4개사가 합의한 사항이라서 저도 어쩔수 없네요. 다른 기자분들은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카메라를 맡겨 놨으니, 카메라를 안 맡기면 프레스를 드릴 수 없어요. 가방에 카메라를 몰래 숨겨서 가더라도 검사대에서 통과를 못해요. 사진기 반입은 일체 불가능해요.”

세종문화회관 안쪽을 봤더니, 꼭 비행기 탑승하듯이 정복을 입고 무장한 요원들이 무슨 곤봉을 들고서 사람들을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비행기 탑승 절차보다 더 까다로운 입장이었다. 축하객을 대우하는 태도가 완전 불청객 대하듯 했다.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카메라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맡기고, 세종문화회관에 들어섰더니, 정말로 사람 몸을 검색했다.

앞에 섰던 여자는 휴대폰과 볼펜을 바구니에 담더니, 남자 요원 앞에서 양팔을 쑥 올렸다. 이게 무슨 황당한 쇼인가 카메라가 있었으면 사진을 꼭 담았으면 좋았을 장면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내 차례가 되었다. 곤봉이 내 바지를 지나가자 “삑” 소리가 났다. 요원이 날 힐끔 쳐다봤다.

“지갑인데요”

순한 양처럼 지갑을 꺼내서 확인까지 시켜줬다. 그 요원은 날 유심히 보더니 가방을 확인해야겠다고 강요했다. 가방을 벗어서 그가 가방을 열도록 허락했다. 종편 4개사 공동 개국 ‘쇼쇼쇼’에 초대받은 취재진으로서 직접 겪은 ‘검문수색’의 수모였다. 모두가 다 당했으니 억울함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종편 4개사의 진면목이 혹시 이것인가,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밖엔 먹거리 뺏긴 인쇄매체들 아우성

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먹거리를 몰아주기 위해서 조중동매 종편 4개사를 만들어 권언유착을 하고 있다”고 매도했다. 그런데, 조중동매에게 ‘광고 먹거리’가 돌아가면, 먹거리를 뺏긴 언론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당연한 경제 논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종편 개국 탄생을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조중동은 대박, 종교방송은 쪽박'의 문구에서 보이듯이, 전언론의 시위는 광고 즉 경제적 이권 침입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종편 개국 탄생을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조중동은 대박, 종교방송은 쪽박, 불교방송'의 문구에서 보이듯이, 전언론의 시위는 광고 즉 경제적 이권 침입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밥그릇을 뺏겨 울분에 찬’ 그들이 붉은 깃발을 들고 ‘언론독립’의 명분으로 아우성을 쳤다. 겉으로는 ‘권력의 언론 장악’을 비방한 것이지만, 경제 논리로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오히려 KBS, MBC, SBS의 지상파 3사의 언론권력 독점에 대해서 종편 4개사가 탄생하면서, 방송권력의 자유경쟁체제가 펼쳐지지 않을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그저 정부의 시녀로서 굽신거리는 ‘인쇄매체’가 아니듯이, 종편 4개사도 정권에 빌붙은 ‘괴물 방송’이라는 주장은 전혀 팩트가 아니다. 만약, 종편들이 권력의 시녀라면, 전언론도 이념의 꼭두각시로 같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종편 4개사를 상대로 거의 전쟁을 선포했다. 명분은 언론을 만든 정치권력을 타도하겠다고 했지만, 종편 4개사 공동개국이 열리는 잔치집에서 ‘반대 시위’를 열었으니, 종편 4개사를 상대로 싸운 꼴이 되었다.

◆언론전쟁, 올 것이 왔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중동 특혜 반대’의 구호로서 ‘MBN’을 배제했지만, 종편 4개사는 MBN을 포함해서 ‘조중동매경’이다. MBN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같은 식구라는 이유로 배제한 것인지, ‘조중동’의 세 글자가 이미 ‘보수 언론’의 대표로 굳어져서 그런 것인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MBN’을 배제하고 ‘조중동 특혜 반대’라고 주장했다.

새롭게 탄생한 종편 4개사는 지상파와 동일한 역량을 가진 방송언론이다. 기존 KBS와 MBC, SBS의 수준급 방송 인재들이 종편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드라마나 오락 등 교양 프로그램과 보도 뉴스 등에서 지상파와 수준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마치 MBC가 MB정권 탄생 직후, PD수첩 보도를 통해 ‘먹거리로서 광우병 위험성’을 허위 보도하면서, MB 정권에 치명적 결함을 가했다. 이처럼 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광고 먹거리’라는 명분으로 ‘종편 4개사의 탄생’을 ‘괴물 방송’이라고 뒤집어 씌웠다.

이제, ‘괴물 방송’으로 지탄받은 MBN 소속 기자들과 조선TV, JTBC, 채널A,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기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언론이 ‘조중동매 종편’을 괴물로 매도한 것과 관련해, SBS가 방송 중계권을 놓고서 ‘MBC 및 KBS’와 먹거리 쟁탈전을 벌였던 방송사간 전쟁이 인쇄 매체간 언론 전쟁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가 제기된다. 먹거리를 빼앗긴 연합군들과 먹거리를 독차지한 종편사들의 전쟁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