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쓰고 독자는 읽는 일방통행은 지나갔다”

맑은 안경 너머로 눈알이 총알처럼 빛났다. 인터뷰 당시, 김철관 인터넷 기자협회장의 느낌이다. “기자는 쓰고 독자는 읽는 일방통행은 지나갔죠. 지금은 독자도 쓰고, 기자가 독자에게 대답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쌍방향 언론의 시대입니다. 독자도 기자가 될 수 있고, 기자도 취재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라면서 김 회장은 부드럽지만, 뼈있는 언론관을 꺼내놓았다.

아주 묵직했다. 기자의 정의, 김철관 회장이 말하는 기자는 권위적이거나, 군림하거나, 독단적인 성격이 결코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들을 적어나가는 ‘인간미’가 기자의 정의에 담겨있다.

“SNS, 댓글, 트위터가 총알처럼 속도를 올리는 지금에 독자와 기자는 대등한 관계죠. 그저 기자는 쓴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기자가 쓴 기사를 독자가 댓글도 달고, 답글이나 쪽글을 보내서 칭찬을 하거나, 비판을 해야 기사가 우수한 우수상품이 된다고 볼 수 있죠. 나는 쓸테니, 너는 읽어라는 권위적 글쓰기는 옛날 방식입니다. 지금은 독자와 기자가 함께 기사를 쓰는 시대라고 정의할 수도 있지요.”

김 철관 회장은 정통 언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굵직한 족적만 기록하면, 민주언론시민연합, 문화연대, 바른지역언론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미디어연대, 615 남측언론위원회 등이다. 또 인터넷 독립기자로서 언론개혁과 관련해 지금도 자유 기사를 쓰고 있다. 김 회장이 MB정권의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가장 잘못했던 정책이 바로 남북정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남북정책이 틀어져서 부도난 사업자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에 망해버린 민간사업이 상당수라는 거예요. 가려져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생각해봐요. 남북언론의 교류조차 어떤 진전이 없었어요. 이제 통일부 장관이 바뀌었으니, 남북교류에 물꼬가 트여야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 문제를 풀수 있도록 615 남측 언론위원회, 한국기자협회, 프로듀서연합회, 한국언론노조가 똘똘 뭉쳐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인터넷기자협회는 이색적인 송년회를 개최했다. 50여 회원사들이 넘게 참여한 그 날 행사는 최초로 인터넷 기자상, 디지털 신인작가상이 수상되기도 했다. 참여했던 회원사들 상당수가 “기자가 기자들을 자유롭게 알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인간적인 만남이 이뤄지니 오늘 오길 잘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정감있는 인터넷기자협회가 만들어지기까지 배경에 대해서 김 회장이 말했다.

“2002년 9월이었죠. 인터넷 언론인들이 언론개혁, 남북평화, 사회발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모였죠. 초대 조대기 회장, 이후에 윤원석 회장, 이준희 회장을 거쳐오면서 인기협이 창간정신에 맞춰 역량있는 언론단체로 급부상했지요. 전임회장들이 해왔던 사업들을 이어가면서 약간 더 발전하고, 진화한 사업을 추진한 것이 인터넷 기자상, 디지털 신인작가상입니다.”

김 회장이 잠시 말을 멈췄다. 지난 세월에 대한 현실의 무게감을 어깨에 인 듯 얼굴을 가다듬었다.

“앞으로 인터넷기자협회 포럼도 만들고, 등산모임과 아젠다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한 소통의 공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의사소통, 그것이 핵심이죠. 회원과 회원사가 없는 협회는 무의미하죠. 회원사를 직접 방문하고, 전화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회원사를 위한 진정한 협회가 되도록 의미있는 사업을 만들려고 합니다. 기자교육도 그중 하나이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터넷 신문이 함께 하는 방법도 추진중입니다.”



현재 인기협은 언론진흥재단과 연계해서 기자교육을 실시할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다. 지난 7월 노원자치신문 기자교육이 있었다. 김철관 회장이 직접 시민기자론을 강의하기도 했었다. 김 회장은 “취재 편집, 보도 사진의 질도 중요하지만, 기자의 도덕성과 윤리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송년회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참여할 의사가 있었지만, 일정이 겹쳐 참석을 하지 못했었다.

김 회장은 7대 회장이다. 출범과 동시에 인기협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회원사 정리다. 많을 땐 150여개 회원사까지 증가했지만, 회비 미납 등 회원사 자격에 미달되는 언론사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엄격한 기준을 통해 회원사를 정리하니, 50여개만 남았다. 이후 새롭게 회원사를 받아 현재는 70여개가 되었다.

“협회가 잘 나갈 땐 150여개 회원사들이 참여하던 부흥기도 있었죠. 하지만,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회비를 납부하지 못해 자격이 박탈된 곳도 있고, 회원 윤리를 지키지 못해 제명 처리된 회원사도 있습니다. 취임하고 회원사를 정리해서 진성회원이 현재 70여개, 600여명의 회원들이 전국 언론계와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회원사들을 일괄 정리하던 시점에 자동 박탈된 회원사나, 제명된 회원사에 대해서 구제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회원들이 많아야 협회가 힘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윤리적 문제나 도덕적 문제를 야기시킨 회원사에 대해서는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언제나, 논란의 대상인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물었다. “지나친 욕설이 인터넷 문화에 치명적 부작용을 야기시키지 않느냐”고 묻자, 김 회장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측면에서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예요. 생각해봐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대화를 나눌 때, 웃으면서 좋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금방 토라져서 다투기도 해요. 때론 멱살잡고 죽일놈 살릴놈 싸움도 해요. 욕이 지나치면 폭행을 하고, 명예훼손의 형사고발을 하면,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고, 서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요. 일상속에서 말하기를 따로 규제하지 않고도 사회적으로 규제가 되도록 되어 있어요.”

김 회장이 잠시 목소리를 낮췄다. 표현을 억압하는 현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해서 김 회장은 ‘매우 대단히 옳지 않은’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예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개방을 해주고, 사회적 책임만 해주면 돼요. 인터넷 미디어에서 지나친 비방이나, 욕설, 모욕, 성희롱이 발생한다면, 현행법에 따라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면 그만이예요. 본인 실명이 아니더라도 컴퓨터 아이피를 추적하면 금방 잡아낼 수가 있어요. 실명제를 통해 표현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죠. 인터넷 실명제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예요. 사람보고 말하지 말고 살라는 말과 같아요. 그게 말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