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는 폭넓은 학술활동을 통해 기업정책 및 경제발전 연구에 매진한 ‘기업경제’ 전문가다. 좌 교수는 양극화와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동반성장 기조를 회복시킬 방안에 대해 기존 주류경제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좌 교수는 저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을 통해 “오늘날 세계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고난도의 경제문제와 더불어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의 기업부국패러다임, 신상필벌의 차별화원리 속에 있다”고 밝힌다. 미디어펜은 향후 한국경제의 길을 찾고자 하는 취지에서 좌승희 석좌교수의 저서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의 일부를 발췌하여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래 글은 여섯 번째 연재다. 저서를 펴낸 곳은 출판사 ‘백년동안’이다. [편집자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미디어펜 회장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⑥]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

5장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성공 패러다임: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와 정치의 경제화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 정책

이상 개관한 경제정책 사례들이 시사하는 정책성공의 원리는 명백해 보인다. 정부가 신상필벌의 원칙하에 정부의 주도로 ‘관치에 의한 경제적 차별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것이 경제도약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경제제도(경기규칙, 유인구조)와 정책을 ‘스스로 도와 성공하는 국민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집행함으로써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 모두를 스스로 돕는 자로 변신시킬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좋은 성과를 우대 격려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경제발전의 동기를 부여하고 경쟁을 촉진하여 시장의 경쟁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발전에 기여하였다. 특히 경제적 차별화 원리에 따라 기업 육성전략을 창의적으로 추진하여, 짧은 기간 동안에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산업을 일으켰다.

   
▲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좌승희 著)은 ‘기피의 대상’으로 방치된 한국경제의 핵심적 시기를 경제학적 분석의 화두로 삼은 저작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능적 본질에 입각하여 박정희 시대를 분석함으로써 박정희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성공원리를 밝히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의 집권 기간 내내 ‘신상필벌’의 원칙을 경제정책이나 인재등용은 물론 사회정책에까지 적용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바로 시장의 기능을 앞서 꿰뚫어 보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항상 “낮은 성과보다도 좋은 성과에 보상해야 한다.”고 경제인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직접 실천하였다. 물론 이런 주장이나 원칙고수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새마을운동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 원칙을 고수하였다.

‘정치의 경제화’ 전략

한편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정치의 포퓰리즘화가 과도한 경제평등주의와 균형발전 이념으로 흘러 시장의 신상필벌 기능을 와해시킬 수 있음을 간파하여 항상 경제정책 결정에 정치의 영향을 차단하려고 노력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정책 결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전략을 ‘정치의 경제화’라 명명할 수 있다.

예컨대 혁명 초기 정치적인 명분이 농후한 이유로 검거된 10여 명의 탈세 기업인들을 경제개발 참여 조건으로 석방한 경제우선의 실용적 결단이나 새마을운동의 지원방식에 있어 정치적 이유로 균등지원을 주장한 국무회의와 정치권의 결정을 배격하고 철저하게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을 결정한 사례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 좌승희 교수는 "현대적 의미의 기업이야말로 생산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 또는 부(富)를 창출하는 핵심장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요체는 ‘시장경제’라기보다는 ‘기업경제’라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좌 교수는 박정희 경제정책이 자본주의 본질적 기능인 ‘기업경제’에 부합하도록 추진되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시대 정책패러다임을 ‘기업부국 패러다임’으로 정의한다./사진=미디어펜

5.16 혁명의 배경 중 하나가 당시 민주정치의 국가운영 역량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은 또 한 번의 일인일표 민주정치의 부정 사례인 유신체제를 선포함에 있어서도 그 비민주성을 인지하면서도 중화학공업화를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고 국방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정치권의 영향력 배제가 불가피”함을 강조한 사실들을 놓고 볼 때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의 경제화’ 의지는 확고했던 것으로 추정된다.1)

박정희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비판받고 있으나 바로 이것이 경제적 차별화 정책의 정치적 왜곡을 막는 데 기여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의 권위주의 리더십이 ‘높은 성과에 더 많은 보상’을 필요로 하는 경제적 차별화 원리를 ‘낮은 성과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평등주의적 포퓰리즘 정치로부터 방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박정희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정치의 경제화를 통한 경제적 차별화 정책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이단성에 대한 평가

이제 삼위일체 발전론과 박정희 패러다임의 성공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정책 패러다임의 이단성에 대해 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정부 주도의 적극적 산업정책,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과 경제 불균형, 지역 불균형, 정치적 권위주의 등 박정희 패러다임의 특성이나 그 결과들을 이단적이라고만 할 수 있는 것인가?

자유시장 중심주의 이념이나 균형발전 이념, 현대 자유민주주의 이념 등에 비춰 이단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새로운 삼위일체 발전론이나 이미 선진화된 나라들의 19세기 산업혁명기의 선례나 중국 등 오늘날의 떠오르는 신생 경제도약 국가들의 경우를 종합해서 볼 때 한강의 기적은 전혀 특별하지도 않으며 예외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정책 노력 없이, 대기업의 성장과 경제력 집중이 없이, 하향 평준화된 전(前)자본주의 농경사회보다 더한 소득 불평등과 지역 간 불균형 없이 경제적 도약을 이룬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삼성전자든 현대차든 골목길 치킨집이나 편의점이든 기업의 본질은 매한가지다.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돈을 버는 데에 있다. 지금의 경제는 과거 농경사회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거래비용을 줄이는 기업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통해 굴러가는 경제며, 여기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윈윈게임이다./사진=미디어펜

그리고 정치경제 체제와 관련해서도 지금의 모든 선진국들은 산업혁명기 불완전한 민주제도와 경제적 자유 하에서 식민지와 노예 착취제도를 바탕으로 경제도약에 성공했다.2) 반면 20세기 후반 이후 서구식 민주정치와 시장경제를 수입한 신생 독립국들이나 체제 전환국들의 경우에는 아직도 가시적 경제도약을 이룬 예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왜 일본,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후발자 추격에 성공한 나라들은 모두 비슷하게 탈교과서적 방법과 결과로 성공해 왔는가? 그래서 한강의 기적을 이끈 박정희 패러다임은 교과서나 주류 이념에 비춰 이단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경험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민주주의, 시장경제, 균형성장이라는 이념적 틀 속에 갇힌 주류 경제학 패러다임이 문제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미디어펜 회장

1) 유신체제가 중화학공업화 달성을 위한 정치체제적 뒷받침 수단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중화화학공업정책을 담당했던 오원철 씨의 증언과 기록, 오원철(2006) 제5장 4절과 제8장 참조.

2) 예컨대 놀랍게도 민주주의 이상을 가장 중시한다는 프랑스가 14개의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들로부터 아직도 과거 노예화와 식민화의 대가(?)로 11가지에 이르는 식민세를 강제로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에 대해서는 Koutonin(201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