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계 “탄핵 사유 거부권 행사라면 대통령 탄핵 기준 따라야”
野 내란 피의자 지적엔 “금반언의 원칙 어긋나는 탄핵 옳지 못해”
2016년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소추 해석 전례 따라 200석 전망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여야가 23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를 두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계엄에 관여한 피의자 혐의를 받은 시기를 기준으로 삼아 국무총리 기준인 국회의원 과반 이상(151석)을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현재 대통령의 권한대행 신분이므로 대통령 탄핵 기준인 국회의원 3분의 2(200석)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즉시 책임을 묻겠다”라며 한 권한대행이 오는 24일 개최 예정인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 가결 요건은 국무위원과 동일한 재적의원 과반 이상(151명)찬성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로는 입법조사처의 해석을 들었다.

김한규 의원은 이날 입법조사처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한대행 취임 이전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 탄핵 사유가 발생한 경우,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 학계에서도 이론이 없다”라고 회신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취임 이전 탄핵사유가 발생했다면, 국회가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으며 의결 정족수 또한 151석이라는 것이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2.19(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 탄핵소추에 준하는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대통령에 준하는 수준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탄핵안 가결 요건은 대통령과 동일한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한 바 있다.

또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 7월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 것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당시 이 직무대행이 탄핵소추 대상이 아닌 부위원장임에도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는 이유로 탄핵소추 대상으로 해석한 바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도 이와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권한대행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발의된다면, 이 직무대행의 전례에 따라야 한다. 한 권한대행을 국무총리로서 탄핵한다면 이 직무대행 탄핵안 상정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 또한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가 추진될 경우, 의결 정족수는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반언의 원칙과 법의 예측 가능성, 한 권한 대행 탄핵 사유 등을 고려할 경우 민주당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성립할 수 있으나 법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는 이유다. 

헌법학자인 장용근 홍익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헌법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과 기능이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는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따라서 한 권한대행은 총리로서 기능 때문에 탄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역할 때문에 탄핵이 되는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탄핵 기준 또한 재적의원 과반수가 아니라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피의자’라는 이유로 탄핵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법에는 금반언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앞의 행위와 뒤의 행위가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게끔 인정해 준 뒤 그 전제조건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다. 국가의 모든 법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