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현대건설은 공사중단을 반복하는 회사입니다. 저렴한 공사비도 거짓말입니다."(삼성물산)
"삼성물산의 조건은 독소조항이 가득합니다. 불확실한 공사비와 금리 등으로 조합원을 기만했습니다."(현대건설)
올해 서울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한남4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4구역)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주 경쟁이 달아올랐다. 조합원과의 첫 만남임에도 두 건설사는 사업조건을 놓고 열띤 공방을 펼쳤다.
|
|
|
▲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교회에서 열린 한남4구역 시공사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첫 합동설명회가 23일 서울 용산구 일대 이태원교회에서 열렸다.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양사 관계자들이 조합원들에게 처음으로 인사했다.
이번 설명회는 총회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두 건설사를 소개하는 공식적인 첫 자리다. 4번째 설명회가 열리는 내년 1월 1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가 진행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상대방의 조건을 비판하며 자신들의 제안이 우월함을 강조했다.
|
|
|
▲ 삼성물산 관계자가 한남4구역 합동설명회에서 현대건설의 공사중단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삼성물산 "현대건설, 공사중단과 공사비 인상 거듭하는 거짓말쟁이"
기호 1번으로 먼저 발표에 나선 삼성물산은 최근 현대건설의 사업장에서 잇달아 발생한 공사중단 사태와 공사비 인상 문제를 꼬집었다.
김상국 삼성물산 부사장은 조합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면서 "저희 삼성물산은 한번도 공사중단을 하지 않았고 조합원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로 나선 권혁태 삼성물산 사업소장도 "현대건설은 공사중단 사례가 여러 번 있지만 우리는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낮은 공사비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입찰에서 총공사비 1조4855억 원, 3.3㎡당 881만 원을 제안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1조5965억 원, 938만 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관계자는 "저렴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분석해보니 (현대건설은) 필수사업비 등 960억 원을 제외한 채 입찰했다"며 "(품질이) 나쁘니깐 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홍보 영상에서도 현대건설의 공사중단, 공사비 인상, 사업지연 등을 거론하며 "이는 조합원 분담금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조합원 환급금 등 다른 조건에서도 "현대건설이 앞서 수주한 한남3구역 조건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또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이 제안한 한강변 스카이브릿지는 위치 변경과 과한 디자인으로 인해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은 앞으로도 나올 수 없는 설계와 조건을 내걸었다"고 강조했다. 모든 조합원 한강조망을 통한 프리미엄 효과, 실질적 이주혜택, LTV 150% 금융혜택 등 자사의 조건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
|
|
▲ 현대건설 관계자가 12일 한남4구역 합동설명회에서 삼성물산이 책임준공 등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현대건설 "확약서 제출 안한 삼성물산…금리·공사비 등 책임 회피"
기호 2번 현대건설도 반격에 나섰다. 발표에 앞서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현대건설은 책임준공 등 5대 확약서를 당당하게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입찰을 앞둔 지난 7월 삼성물산의 책임준공 확약서 제출 거부로 인한 논란을 거론한 것이다.
이어진 영상에서 현대건설은 "우리는 독보적인 특화 설계를 적용했지만 삼성물산은 한남의 가치를 훼손한 수준 낮은 일반 설계를 내놨다"며 "기형적인 설계로 인한 하자 및 사업승인 불가는 사업지연으로 인한 분담금 폭증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I분석 결과 삼성물산이 약속한 전체 조합원 한강조망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확정된 금리와 공사비·공사기간 등을 내건 반면 삼성물산은 각종 독소조항을 통해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공사비와 관련해 "우리는 지질조사보고서가 상이한 경우에도 공사비 변동이 없다"고 강조하며 "반면 삼성물산은 특수한 경우 조합과 협의한다는 사실상 변동조건을 내걸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암반이 많은 한남4구역의 경우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게 되면 이같은 독소조항으로 인해 추후 막대한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D+0.1% 금리'를 내건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의 'CD+0.78% 금리'도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현시점에 당사자가 조달 대여하는 기준'이라는 독소조항을 달았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사실상 변동금리 조건임을 삼성물산 스스로 인정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박성하 현대건설 팀장 "건설회사 대표이사의 도장 날인이 담긴 것이 제안서"라며 "현대건설은 제안서대로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남4구역 조합원들 "누구를 선택할 지 아직은 모르겠다"
양측의 치열한 설명회가 이어지자 현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설명회 중간에는 일부 조합원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설명회가 마무리된 이후 조합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한 조합원은 "여러모로 따져보면 삼성물산의 조건이 더 좋아 보인다"고 말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삼성물산보다는 현대건설이 내부 구조나 디자인이 훨씬 좋다"고 반박했다.
1차 설명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수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한남4구역 조합원들은 "아직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두 회사의 많은 약속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만큼 다음달 시공사 선정 총회 전까지 여러번 고민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