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미국 정부가 암호화된 개인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IT기업을 상대로 접근권한을 확보하려던 시도를 철회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사법·정보당국 수사를 위해 아이폰 등에 저장된 사용자의 암호화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할 경우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이나 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마크 스트로 대변인은 "미국은 강력한 암호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약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적대적 행위자를 추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대적 행위자들이 암호화된 기기와 서비스를 악용함으로써 공공안전과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민영 기업들에 이해시키겠지만, 현재로서 정부가 이와 관련해 법률 제정을 추구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지난 8일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에 출석, 암호화 정보 접근 경로를 마련할 것을 관련 기업들에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방침은 사범 당국과 정보기관이 스마트폰 등 IT기기 내의 암호화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뒷문'을 마련해 달라고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들에 요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IT 기기들이 사용자 설정 코드나 지문인식 등으로 암호화를 강화하면서 범죄·테러 시도를 적발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할 수 있는 암호 키나 소스코드 등을 요청해왔다.

오바마 대통령과 자문들은 그러나 광범위한 연구와 논의를 거친 결과 이러한 요구가 정치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을 지난주에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러시아 정보기관이나 사이버범죄자, 테러세력에 악용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이러한 '뒷문'이 만들기가 불가능하다는 IT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특히 미국이 암호화 정보 접근 선례를 만들 경우 중국 등 경쟁국들이 애플과 구글 등 미국 IT 기업들에 유사한 요구를 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팀 쿡 애플 CEP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 방미 때 국빈 만찬에 참석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 역시 암호화된 애플 기기에 대한 접근을 요청하고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아울러 지난 7월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 전산망이 사이버공격을 받아 2천150만명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도 정부가 업계에 '암호화 정보 접근권'을 요구하는 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NY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