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막아뒀던 가계대출 규제를 하나둘 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상품에 적용하던 규제를 일제히 완화한 데 이어, KB국민은행도 새해부터 대출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기업은행은 최근 10년 주기형 주담대 출시로 모객에 나섰고,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을 6개월 연장해 대출잔액과 고객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현재 적용 중인 가계대출 규제를 다음달부터 일부 없애거나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 최대 2억원인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늘리거나 없애고,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취급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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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시중은행이 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막아뒀던 가계대출 규제를 하나둘 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상품에 적용하던 규제를 일제히 완화한 데 이어, KB국민은행도 새해부터 대출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기업은행은 최근 10년 주기형 주담대 출시로 모객에 나섰고,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을 6개월 연장해 대출잔액과 고객부담 줄이기에 나섰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MCI·MCG는 주담대 신청 시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상품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대출한도가 축소되는 셈인데, 보험 적용이 재개되면 서울 기준 최대 5000만원 이상 대출한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오는 30일부터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NH직장인대출V △올원 직장인대출 △올원 마이너스대출 △NH씬파일러대출)의 판매를 재개한다. 또 내년 1월2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허용한다. 특히 조건부 전세대출에는 분양주택 전세대출도 포함돼,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도 전세대출이 공급될 전망이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지난 23일부터 5년 단위로 금리가 변동하는 5년 주기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1%포인트(p)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2일 대출실행을 전제로 주요 상품의 규제를 일제히 완화했다. 우선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까지 확대하고, MCI 취급과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재개했다. 또 신규 분양 물건(미등기)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도 재개했다. '연 소득 100% 이내'로 묶어둔 신용대출 한도는 다음달 2일 해제돼, 대출자별 한도는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도 다음달 2일 재개된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고, 우리은행도 23일부터 비대면 가계대출 중단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 외 타 1금융권 은행에서도 주담대 모객 움직임이 포착된다. 기업은행은 지난 23일 10년 단위로 금리가 변동하고 10년 이내에는 금리를 고정하는 '10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했다. 대면·비대면 주담대 상품에 동시 적용해 지점을 방문하는 오프라인 고객층도 포용한다. 이 외에도 기업은행은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 성격이 강한 대출부터 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6개월 연장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이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기간은 내년 6월 말까지로 연장됐다. 카뱅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출자의 수수료 부담을 한층 덜어줘 부채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은행 대출총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래 묶어둔 대출규제로 실수요자의 피해가 커지는 점을 고려해 새해부터 규제일변도의 대출기조 대신 차등적인 대출규제를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의식해 지역대출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꺾고 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없고 내년에도 이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도권을 비롯한 집값 급등세에 대해 가계대출이 엄정하게 흘러간 측면이 있어 내년에는 올해처럼 시기별 쏠림이 과하지 않게 연중 평탄화 작업을 할 것"이라며 "새해에는 가계대출에 어려움 겪었던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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