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기자]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추락해 298명의 사망자를 낸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는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역에서 발사한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안전위원회가 이끄는 MH17편 추락사고 국제조사단은 1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최종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체 조사 보고서를 통해 국제조사단의 결론을 반박했다.
네덜란드 안전위원회의 테이베 유스트라 위원장은 "MH17편은 조종실 좌측 외곽에서 미사일 탄두 폭발로 추락했다. 이 탄두는 러시아제 부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장착되는 종류"라고 밝혔다.
MH17편은 작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가던 중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격추돼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이 모두 숨졌다.
이중 네덜란드인이 196명으로 가장 피해가 컸다. 당시 추락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던 곳이었다.
국제조사단 보고서는 MH17편은 러시아산 지대공 부크미사일에 피격됐다고 결론내리면서 미사일 발사 지역을 러시아가 지원하는 우크라 동부 분리주의 반군 점령지로 특정했다.
국제조사단은 미사일이 반군 점령지역이 아닌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있는 다른 지역에서 발사됐을 수도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조사단은 이에 따라 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러시아에 피격 책임을 물은 셈이다. 그러나 국제조사단은 보고서에 누가 미사일을 발사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러시아에 대해 말레이 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의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한 범죄 수사에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MH17편이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지역의 상공에서 반군이 쏜 미사일에 격추당했다는 주장을 폈지만, 러시아와 반군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보유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박해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취재원은 "부크미사일은 어차피 러시아가 개발하고 생산한 미사일"이라며 "반군은 부크미사일을 다룰 기술이 없는 만큼, 러시아의 전직 군관계자가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작년 9월 예비조사보고서에서 "여객기가 외부로부터 다수의 고출력 물체에 의해 관통됐으며 이 탓에 여러 조각이 나 추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네덜란드 주도 국제조사단의 결론과 배치되는 다른 보고서를 발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미사일 생산 전문업체 '알마즈-안테이' 사장 얀 노비코프는 이날 네덜란드 보고서가 나오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전문가들의 두 차례에 걸친 자체 실험 결과 말레이 여객기는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던 지역에서 발사된 부크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노비코프는 두 번째 실험에서 사고기인 보잉 777 대신 보잉과 동체 모양이 유사한 러시아제 중단거리 여객기 일류신(Il)-86을 이용해 미사일 공격 가상 실험을 했다면서 그 결과 "여객기를 공격한 미사일은 부크의 한 종류인 9М38이며 미사일은 스네즈노예가 아닌 자로셴스코예 지역에서 발사됐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9М38은 러시아가 1986년부터 생산을 중단했고 2011년부터 러시아군에서 퇴역한 미사일 기종이다. 사고 당시 스네즈노예는 반군의 장악하에 있었으며 자로셴스코예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었다.
노비코프는 네덜란드 조사단과 국제 법정에 모든 실험 자료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 자료가 사고 원인에 대한 객관적 결론을 내리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제조사단과 러시아 전문가팀의 여객기 참사 원인에 대한 조사 결론이 엇갈리면서 진상 규명 작업은 앞으로 국제 법정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