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미국이 각종 테러조직 발호로 치안 불안이 가중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결국 늦추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한 연설에서 아프간의 미군 완전철군 연기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내가 '끝없는 전쟁'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아프간의 위험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가 좀 더 노력을 해 줘야 한다"면서 "아프간군의 전력이 그동안 계속 강화됐지만, 아직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이어 "군의 최고사령관으로서 나는 아프간이 우리 미국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은신처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군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인 아프간에 몇 년 더 남아있음으로써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 아프간 전략을 '온건하지만 의미있는'(modest but meaningful) 전략이라고 자평하면서 "앞으로 아프간의 상황을 계속 평가할 것이며, 다음 대통령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에 아프간 전장에 투입된 미군을 거의 모두 귀국시킨다는 자신의 핵심 공약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내년까지 현행 9800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2017년에는 5500명으로 줄인 뒤 이후 아프간의 치안 상황을 봐가며 감축 규모를 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간 전쟁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을 거쳐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넘어가게 됐다.

잔류 미군은 앞으로 바그람, 잘랄라바드, 칸다하르 기지에 머물면서 아프간군 훈련 및 자문 등 비전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기치로 아프간을 침공해 13년 만인 지난해 종전을 선언한 뒤 아프간 안정화 지원군 명목으로 9800명만 남기고 미군을 모두 철수시켰다.

미국은 애초 이 병력을 올해 5500명으로 줄인 뒤 내년까지 완전히 철군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지난 3월 안보불안을 이유로 철군 일정 조정을 공식 요청함에 따라 일단 연말까지 9800명을 그대로 잔류시키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약 철회 논란에 대해 "실망스럽지 않다"면서 "나의 일관된 목적은 우리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면서 아프간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연기 결정은 탈레반이 최근 북부도시 쿤두즈를 한때 점령하는 등 세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는데다가 '이슬람국가'(IS)마저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존 캠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앞서 지난 6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2016년 이후에도 미군 잔류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공식으로 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도 극도로 취약한 아프간 현지의 안보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 수뇌부가 제시한 여러 대안 중 가장 최대치를 수락한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IS 격퇴전'을 위해 2011년 말 완전히 철군한 이라크에 다시 미군을 투입한 데 이어 이번에 아프간 철군 일정도 연기함에 실질적으로 임기 내에 이라크-아프간 두 전쟁을 끝내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