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ETF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상당수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지수형 ETF투자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ETF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투자자들의 성향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활용법 5가지를 소개한다.

1. 기관투자가 안 부러운 분산 투자 효과를 누려라

분산투자가 좋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ETF를 활용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ETF는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배분 기법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가 핵심(Core)∙주변(Satellite) 전략이다. 이는 주로 어떤 특정 지수를 추종할 수 있는 자산을 기본으로 두고, 고수익이 가능한 위험자산을 일부 합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 때 핵심자산에는 60~80%의 자산을 배치한 뒤 나머지 20~40%는 주변상품에 넣는 경우가 많다.

이 방법은 주로 펀드매니저들이 많이 쓰는 방법인데, ETF를 활용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손쉽게 모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향후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시장 평균보다 좋을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자라면 대표지수인 KOSPI 200지수 추종 ETF에 자금의 60%를 넣고, 나머지 40%를 각각 섹터 ETF인 반도체와 자동차에 배분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지수 수익률을 어느 정도 쫓아가면서도 +α의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2. 해외 ETF 투자로 해외 펀드의 한계를 뛰어 넘어라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구조에 접어들면서 해외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많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는 몇 가지 장애요인이 발생한다. 일단 투자자산 선정 자체가 어렵다. 해외 자산은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잘 분산된 해외 펀드에 투자할 경우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펀드의 경우에는 시장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대부분 해외 펀드는 매수신청부터 실제 매입까지 2~3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매도도 마찬가지이다.

일반 해외펀드는 환매시 적용되는 기준가가 3~4일 뒤의 기준가이다. 즉 환매신청을 한다고 해도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즉시 반영하여 대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환매가 완료되어 돈이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짧으면 6일, 길면 8일이나 걸린다. 중간에 휴일이 있으면 실제 기간은 더 길어진다.

그러나 ETF는 펀드이기 때문에 투자자산이 잘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거래소에서 즉시 매매가 가능하므로 시장상황을 반영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하다. 해외 개별 자산 투자 혹은 해외 펀드 투자가 가지는 단점들을 거의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3. 종목투자 보다 섹터 ETF 투자로 승부하라

당신이 경제 및 투자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다면 가끔 특정 산업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예측이 가능할 때가 있다. 당신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더욱 그런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특정 개별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을 많이 부담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해당 섹터 ETF 투자를 통해 투자위험을 줄이면서도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폭스바겐’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폭스바겐의 주식에만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큰 손실을 입었다. 미국 환경청의 발표가 있기 전날인 9월 17일 주가와 비교하면 10월 7일 기준 주가는 30%나 하락하였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ETF인 CARZ에 투자한 사람들은 상황이 달랐다. 그 ETF안에도 폭스바겐 주식은 담겨 있었지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경쟁 자동차 회사들의 주식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 결과 같은 기간 동안 CARZ ETF의 투자손실은 폭스바겐 주식보다 현저하게 낮은 -2%에 불과했다.

4. 테마 ETF 투자로 투자의 장기 트렌드를 따라 잡아라

장기 투자를 할 때는 향후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예측이 필요하다. 특히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트렌드로 어떠한 것이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주목해봐야 할 장기 트렌드로는 중산층 증가에 따른 소비 성장, 글로벌 고령화, 아시아 지역의 성장 등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중산층은 2009년부터 2030년까지의 기간 동안 2.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OECD, 2010)
 
이로 인해 전 세계적인 소비성장이 일어날 것이며, 글로벌 및 지역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고령화의 진행을 염두에 둔다면 헬스케어 및 바이오 업종 관련 회사들의 주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아시아 지역의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망 테마들에 대해서 개인이 종목발굴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다행히 ETF 시장에는 다양한 테마 ETF 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ETF들에 장기 투자를 하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5. 스마트 베타 ETF투자로 본인만의 투자 스타일을 구축하라

스마트 베타 ETF라는 것이 있다. 이 ETF들은 계량적인 방법들을 이용해서 시가총액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종목 및 비중을 결정한다. 비교적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스마트 베타 ETF는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가치주 유형이다. 지수 ETF 대비 가치주 및 중소형주에 대한 노출이 큰 것이 특징이다. 둘째는 저변동성 유형이다. 이는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이 높은 종목들에 비해 장기적으로 우월한 위험대비 성과를 보이는 현상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분산 추구형이다. 각 종목별로 동일한 비중을 할당하거나 동일한 리스크가 배분되도록 비중을 결정하는 형태의 상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넷째 유형은 모멘텀 전략형이다. 이는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종목 내지는 애널리스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등 소위 모멘텀이 좋은 종목들에 투자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스마트 베타 ETF들은 유형에 따라 수익률 및 위험 체계가 전부 다르다. 그러나 기존의 단순한 지수형 ETF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잘만 활용한다면 본인의 투자 스타일에 맞게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다.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5 글로벌 ETF 컨퍼런스 서울'에서 "한국 ETF 시장이 저금리 시대 투자처로 유망하다"고 말하고 있다./사진=거래소

추가적으로 현재 ETF를 통한 투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금이다.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ETF라면 문제가 없으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는 자본 이득에 대해서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별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ETF 시장 발전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비과세 해외주식전용 펀드에 ETF도 포함된다. 2017년까지 국내에 상장된 해외 지수형 ETF에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와 마찬가지로 투자 금액의 3000만원까지 매매 평가 차익 및 환율 변동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에서 해외 ETF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도 긍정적이다. 현재 퇴직연금은 주식을 직접 담고 있는 ETF만 투자가 가능했다.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해외 지수형 ETF나 원자재 ETF는 투자가 불가능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 중 이러한 파생상품형 ETF도 퇴직연금에서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개인연금의 경우 현재 ETF투자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내년 상반기 중 ETF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은 투자기간 동안은 세금을 내지 않고, 연금 수령시 3.3~5.5%의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해외 ETF투자자들이 이를 잘 활용하면 세금을 아끼면서 장기 ETF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글/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