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다루고 있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발 해킹’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미국의 보안기업 쓰레트코넥트(ThreatConnect)의 소프트웨어 및 인프라 네트워크 분석 결과 지난 7월 PCA 사이트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쓰레트코넥트는 공격의 주체를 '중국에 있는 누군가'(someone in China)라고만 밝혔다.
국제상설재판소는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 도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분쟁을 중재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지난 7월부터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은 재판 참여를 거부한 상태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경비선 및 군함, 전투기 출현이 늘어난데 이은 이번 사이버 해킹 사건은 남중국해 갈등을 둘러싸고 또 다른 전선이 등장한 것을 의미한다.
문제의 해커들은 이번 남중국해 사건과 관련된 PCA 웹페이지에 악성코드를 깔아놓고 페이지 방문자의 컴퓨터를 감염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외교관, 언론인, 변호사와 소속 기관들이 정보 유출의 위험에 노출됐다.
쓰레트코넥트의 리치 바거 국장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것과 비슷한 수법"이라며 "그물을 바다에 던져놓고 몇 차례 물고기를 잡다보면 자기가 원하는 물고기만을 타깃으로 삼을 수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PCA 웹사이트는 지난 7월 한동안 접속이 불가능했던 때가 있었다. PCA 측은 기술적 문제였다고만 밝히며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헤이그에 파견돼 있는 필리핀 대통령궁 부대변인 아비게일 발테는 "이번 해킹공격에 대해 들은 바 있다"며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중국과 긴장관계인 국가들에 대한 사이버공격의 조짐도 감지된다. 베트남 정부기관을 겨냥한 사이버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는 국제 보안전문업체의 경고도 있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국제사이버정책센터 토비아스 피킨 국장은 "도서 분쟁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사이버 활동의 증가도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중국은 사이버 역량을 물리적 능력과 연계해 우세를 차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된 동남아 국가들은 대부분 사이버 방어능력의 부족하다. 자국민 해외송출과 송금을 통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는 주변 강대국과의 분쟁을 주저하고 자국 안보의 취약성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들 동남아국가는 네트워크의 취약성 때문에 종이서류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 그나마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보안기관인 파이어아이(FireEye)에 따르면 동남아 정부와 기업들이 다른 나머지 국가들보다 사이버해킹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4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