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마흔이 넘도록 직업도 없이 얹혀살던 아들에게 밀려나 노숙까지 하던 70대 남성이 아들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일어났다. 법원은 늙은 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실형은 면하도록 선처했다.
18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A씨(72)는 아들(41)이 군 복무를 마치고 20여 년간 별다른 직업도 없이 자신에게서 돈을 타 쓰며 생활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아들이 돈을 마련해주면 지방으로 내려가겠다고 하자 A씨는 자신이 살던 서울 마포구의 한 빌라 2층을 세놓고는 다른 건물 지하방으로 이사했다. 심지어 지하방도 원래 A씨 소유였지만 그는 이 방마저 소유권을 이전해 아들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아들이 여자친구를 지하방으로 데리고 오는 등 종종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A씨는 결국 집을 나와 노숙하는 처지가 됐다.
더욱이 아들이 지하방을 담보로 올 5월 금융기관에서 3900만원을 대출을 받자 화가난 A씨는 7월 어느 날 새벽 술을 마시고 지하방을 찾아 흉기를 들고는 잠든 아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날도 길거리에서 밤을 보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다 폭발한 것이다.
아들은 팔과 등, 복부 등을 찔린 채 달아났다.
A씨는 경찰에 자수했고 결국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A씨의 사정을 듣고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흉기로 사람을 죽이려 했다는 범죄행위 자체는 무겁게 봤으나 피해자인 아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A씨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했다.
또 A씨가 술김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이후 자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