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가 친일" 발언 노 전 대통령 장인 '빨치산' 이력으로 불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선대가 친일” 발언은 삽시간에 시간을 거꾸로 돌려 ‘연좌제 논란’을 낳았다.

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선친의 행동을 자식에까지 연결시키는 사고인 연좌제 반대이다. 그런데도 문 대표는 지난 18일 학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선친을 거론하면서 “선대가 독재, 친일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며 “선친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정화가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발언은 20일까지도 정치권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여야가 정쟁거리로 삼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문 대표의 막말이 대한민국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적 조롱을 자처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가짜 진보’라고 하는 것을 밝힌 처사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야당의 다양한 의견개진과 건설적인 비판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또 민주사회에서는 ‘통합’을 위해 ‘투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성숙해져야 할 시기가 이미 도래했고, 정치권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은 소모적인 정쟁이 아닌 창조적인 협상을 정치권에 바라고 있지만 문 대표는 교과서 문제를 이념 대결로 몰고가는 패착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드러난 사실은 집필진이 중복되고 좌편향된 탓에 초중고생들이 긍정의 사관을 못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7종 교과서에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이 일어났고,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사건은 단 한 줄도 없으면서 북한 정부 수립과 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한 설명은 너무 장황하다. 북한 김정일이 기획하고 실행해 1983년 10월9일 아웅산에서 서석준 부총리를 비롯한 17명이 사망한 사건도 대부분 교과서에 빠져 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주장하는 내용들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근거없는 기우이다. 야당은 공개 발언으로 “친일·독재 교과서에 국민 혈세를 집행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에서 연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서명운동 중인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우를 정쟁으로 삼아 대한민국 건국을 평가절하하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인신공격하는 문 대표의 태도에서 ‘낡은 진보’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제 초선 의원에 불과한 문재인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무르익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미 제1 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다 패배한 이력으로 재신임 정국을 겪으면서도 당권과 대권 모두를 거머쥐고 있다.

이런 문 대표에게 당권·대권만 좇는 정치인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 중 공적을 계승하는 ‘진짜 진보’의 실천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장인의 빨치산 전력이 드러났을 때 “그래서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했던 진솔한 태도가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켰던 일이 있다.

그런데 문 대표의 문제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연좌제’ 발언뿐 아니라 과거 수차례 법원 판결에 대해 불복종하는 등 뿌리가 깊다는 데 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을 때 헌법재판소를 규탄했고, 대법원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을 두고 대법원마저 공격했다.

이런 문 대표의 태도를 두고 당내 안철수 전 대표는 “낡은 진보”라고 비판한 바 있으며, 당내 비주류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당의 진짜 혁신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의 불만은 문 대표가 그들의 주장을 기득권의 공천경쟁으로 가볍게 치부하고 귀담아 듣지 않는 데 있다.

문 대표가 당내 계파갈등을 방관하면서 그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야당 대표가 여당의 싸움 파트너로서의 역할에만 몰두하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가 이념전쟁과 패거리 정치에 몰두하면서 ‘정치인 문재인’ 띄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좌제 발언으로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문 대표는 19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천정배 의원과 ‘3자 연석회의’를 갖고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해 ‘1000만 서명 시민 불복종 운동’을 공동으로 전개할 것에 합의했다. 그리고 문 대표는 다음날인 20일 원외 동반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청년 창업자들을 만나는 행보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