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미국 앨라배마 주(州)의 한 순회법원 판사가 벌금형을 받은 경범죄자들에게 '벌금 낼 돈이 없으면 매혈(賣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바로 구금'하는 방식으로 판결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마빈 위긴스 판사는 지난 9월 법정에 나온 피고인들에게 "참고로 피고인들에게 법정 바깥에 헌혈차가 있다는 것을 알려둔다"면서 재판을 시작했다.
위긴스 판사는 "만약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면 헌혈한 뒤 영수증을 받아오라"면서 "헌혈 영수증이 없으면 바로 구금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폭행, 마약 소지 등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범죄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위긴스 판사의 말대로 헌혈한 뒤 100달러짜리 영수증을 받아 법원에 제출하고 풀려났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지역의 법원과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난을 해소하고자 범죄자들에게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부과하는데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 벌금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매혈을 강요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공중보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대학병원에서 의학윤리 문제를 담당하는 아서 L. 캐플런 교수는 "법원이 벌금 대신 헌혈을 하도록 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위긴스 판사의 '매혈 강요' 당시 법정에 있었던 제임스 M. 반스 변호사는 "벌금 대신 헌혈하라는 것이 헌법을 위반한 것인지조차 잘 모르겠다"면서 "정말로 희한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법원이 '헌혈 판결'을 내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0년대 하와이 호놀룰루 법원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있은 직후 교통신호 위반자들에게 벌금 대신 헌혈하도록 한 적이 있다. 부상자를 치료할 피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강제 헌혈'이 간염 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1970년대부터는 범죄자가 아닌 자원자들로부터의 헌혈로 방식이 바뀌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제공한 혈액을 받은 뒤 돈을 지불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매매를 통해 얻은 혈액에 대해서는 '지불'이라는 표시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대부분의 병원은 안전상의 이유로 '지불' 표시가 된 혈액을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