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관세 발표 이어 반도체도 언급
관세 적용 시 수출 감소 불가피...가격 상승 우려도
"삼성·SK 현지 생산 거점 마련에 속도내야"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반도체 관세 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로써 상위에 있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이 모두 트럼프 관세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관세율 발표에 촉각을 기울이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 지난 3일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마이애미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관세도 곧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전날에는 전 세계에 보편적 관세 10%를 적용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한국에는 25% 상호관세(국가별 차등 관세)를 도입한다고 했다. 단 무관세 조건으로 미국 내 현지 생산, 일자리 창출을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하고 있다.

아직 반도체에 대한 관세 정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반도체 산업 역시 관세 영향에 들게 됐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8000만 달러(한화 약 13조8840억 원)로 집계됐다. 전체 수출 품목 중 3위에 해당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은 상호관세에서 제외돼 이중 과세라는 최악은 피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만약 반도체 품목도 자동차와 똑같이 25%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가정했을 시 대미 수출 감소는 불가피 하다는 분석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달부터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철강의 경우 올해 1분기 이미 전년에 비해 수출이 줄었다.

이에 대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관세가 높든 낮든 큰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며 "세율 만큼 가격을 인상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지 거점을 마련해 생산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인건비와 규제 부담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은 불가피 하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반대로 대미 흑자가 큰 나라인 만큼 미국이 내세우고 있는 무관세 조건(현지생산)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김대종 한국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에서 전략적으로 물밑 협상이 이어질 것이기에 우리나라가 철저히 대비해야할 것이다"며 "제조 강국인 한국이 미국의 요구 조건에 맞춰 현지 생산 대응책을 세워 생산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3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 달러(약 7조 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200억 원) 의 직접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태다.

다만 대미 반도체 투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재협상 가능성이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활동 기간부터 보조금 재협상 가능성을 지속해서 언급하며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은 보조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며, 혹여나 보조금을 지급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지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는 것은 손익이 큰 일"이라고 꼬집으면서 "우리도 대미 투자를 조금 더 유연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이 원하는 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이라며 "기업들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상호관세 부과가 미국에 더욱 커다란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내 물가 상승이 금리 인하 속도를 지연시켜 기업 활동 부진과 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당초 올해 4회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속되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2회로 단축했다. 

조세 분야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등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0.4% 줄고,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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