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조건부 허용
HBM 수요 확대 기대...불확실성도 공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 허용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역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HBM 시장의 80%를 점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간접적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H200 칩에 한해 승인된 중국 고객사 대상으로 제한적 수출을 허용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성능 AI 칩 전면 통제 기조가 일부 완화된 셈이다. 비록 최상위급 칩(블랙웰·루빈 계열)은 여전히 금지돼 있지만, H200 공급 재개만으로도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는 일정 수준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AI 칩 중국 수출 허용으로 중국 빅테크(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의 GPU 조달 여력이 다시 확보되면, AI 학습·추론을 위한 HBM3E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GPU와 패키징을 통해 통합되는 고부가 메모리로, H200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가 탑재된다. 

만약 중국향 서버 투자가 재개될 경우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3E 물량 증가가 가장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HBM 공급망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어, 중국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더라도 한국산 HBM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기준 SK하이닉스는 HBM3E 시장 점유율 약 62% 차지하면서 1위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17% 정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10% 내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더라도 HBM 수요는 여전히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AI 칩 설계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는 한편 HBM 생산은 중국이 단기간에 자급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된다. 관통전극(TSV) 적층·패키징·수율·신뢰성 등 모든 공정 기술에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신중론도 따른다.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는 정권·안보 이슈에 따라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다. 중국 정부 역시 H200 접근에 자체적 제한을 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패키징 병목 현상이나 GPU 공급 지연 등 외부 변수도 HBM 출하 증가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GPU 수요가 실제로 살아난다면 한국 HBM 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AI 투자 강도와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실질적 영향력은 내년 상반기 이후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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