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까지 겹친 가전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TV를 중심으로 한 영상가전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백색가전마저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국내 양대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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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6'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체험하고 있다. 2026.1.7./사진=연합뉴스 |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조8538억 원, 영업손실 109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그 배경에는 희망퇴직 관련 비용이 집중 반영된 이유도 있지만 TV·생활가전 판매 둔화에 연말 마케팅 비용, 물류비 증가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 역시 영업적자가 1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가전 사업 담당 VD·DA사업부 매출은 △1분기 14조5000억 원 △2분기 14조1000억 원 △13조8000억 원 등 소폭 하향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이는 영상가전 시장이 이미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데 이어 백색가전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성숙기로 제품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며 "건조기나 의류관리기 같은 신규 수요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TV 대체제가 확산하면서 시장 성장성이 제한된 데다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심화하면서 영상 가전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기존까지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방어해왔지만, 유럽 시장 수요도 예전 만큼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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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전자가 최근 미국 시카고 ‘더 마트’에 문을 연 빌트인 가전 브랜드 ‘SKS’ 쇼룸./사진=LG전자 제 |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세탁기와 냉장고 등 백색가전도 시장 수요 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관세 이슈는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인공지능(AI) 가전 확산에 따른 전자부품과 원자재 비용 상승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기술을 앞세워 가전의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프리미엄 제품으로 평균 판매단가를 끌어올리고, 글로벌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활용해 관세와 물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앞세워 'AI가전=삼성'이라는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가 공기나 전기처럼 일상의 당연한 인프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제품 간 연동성과 사용 경험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가전 중심으로 평균 판매 단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질적 성장에 무게추를 옮겼다. 가전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웹OS(webOS) 기반 콘텐츠·광고와 구독·온라인 중심의 소비자직접판매(D2C)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반복 수익 구조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소비 둔화와 비용 증가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장과 공조 등 B2B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며 "지난해 4분기에 발생한 전사 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선제적 비용 증가는 이익 반등의 전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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