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파장, 추진동력 상실 우려 증폭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시가 급한 국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 한시가 급한 국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삼성중공업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국정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씨의 입김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서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특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씨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 것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르재단에 적은 출연금을 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현대차가 12억원, SK와 LG 등이 각각 111억과 78억원 등을 출연한 반면 한진그룹은 10억원을 내 미운털이 박히면서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 회장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이 같은 추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이 내놓은 자구책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일축하고 있다. 유 장관은 7일 “한진해운은 자구노력부터 어긋나고 용선료 협상도 제대로 되지 않아 원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현대상선은 원칙에 따라 자구노력을 했고 용선료 협상에도 성공해 결국 이 정도나마 된 것이다”며 “최순실이 어떻게 (구조조정에) 개입하나. 특정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는 현대상선도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충현 현대상선 부사장(CFO)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동반 회생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 최씨가 해운 구조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며 “우리 직원들 한명 한명이 선사들을 만나 설득해 만들어낸 결과”고 강조했다.

업계는 한시가 급한 국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7위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한국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건 너무나 자명해 ‘설마 법정관리까지 가겠느냐’는 말이 많았다"며 "그러나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하는 것을 보고 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시가 급한 구조조정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이면서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