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내 철강업계 지난해 수출 회복세를 올해에도 어느 정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공급과잉 문제와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보호무역 확산으로 수입규제 조치가 잦을 것으로 보여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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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공급과잉의 여파에도 지난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의 실적은 양호했지만, 올해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입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철강업계의 실적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견해가 보편적이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변화하는 통상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산 후판(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제품에 6.82%의 덤핑마진 예비판정을 내렸다. 앞서 전달에는 한국산 철강제품용 합금인 페로바나듐 관련 반덤핑 제소에서 최고 55%의 덤핑마진 예비판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보호무역 성향이 훨씬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무역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한 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최대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포스코 등 멕시코에 법인이 있는 업체는 미국으로의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 '빅2'로 불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과잉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구조조정과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수출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국내 철강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의 소폭 완화와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후판, 강관 등 구조적 공급과잉 품목의 사업재편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후판, 강관 등 구조적인 공급과잉 품목에 대해서는 설비 조정·매각, 냉연과 도금 같은 경쟁우위 설비는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사업재편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최장수 용광로인 '포항 1고로'의 가동을 연내 중단하고, 대신에 3개 고로의 설비 효율성을 높여 생산능력을 현재 447만톤에서 511만튼으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정부는 또 철강업계가 자동차, 항공, 3차원(3D) 프린팅 등 수요산업의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산업으로서 초경량, 이종결합, 3D 프린터용 소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지속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응한 맞춤 전략을 계속 짜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과잉에 트럼프 리스크, 여기에 캐나다의 반덤핑 관세까지 덮치면서 우리 철강업계에는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단적인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제작되는 모든 송유관은 미국산 철강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프라 확대를 공약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철강업계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가 미국에 수출한 송유관은 47만톤(약 2900억원)이었다. 특히 매년 10만톤 가량의 송유관을 미국에 수출해온 현대제철과 세아제강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송유관을 만드는 데 쓰이는 철강제품을 공급해온 포스코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더욱이 캐나다는 한국산 철강구조물에 최대 42.8%의 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렸다. 캐나다 국경관리청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6개 국가의 철강구조물 반덤핑 및 상계관세 예비판정 결과에서 한국, 중국, 스페인에 대해 덤핑과 보조금 지급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산업용 철강구조물의 캐나다 수출은 지난해 1∼11월에 전년동기대비 368.2% 증가한 7억976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런 급증세가 캐나다 측의 반덤핑 예비판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규제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가 업계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대비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모두 서로를 향해 '관세폭탄'을 던지면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업계는 제품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엿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가 현지 인프라를 확충하겠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우리 철강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자국기업 우선’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전체적인 철강 수요 증가는 결국 우리 제품의 수요 증가와 맞물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강화한다면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공공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