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 인터넷은행 성장엔 덫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공식 문을 연지 이틀 만에 가입자 수가 4만명에 육박하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공식 문을 연지 이틀 만에 가입자 수가 4만명에 육박하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사진=케이뱅크


시중은행보다 싼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돈을 맡기는 고객에게는 더 많은 이자를 주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워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케이뱅크가 국내 금융권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4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첫 개시일인 3일 자정부터 4일 오전 8시 현재 가입자수는 3만9798이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 시작된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합산 건수가 1만2000건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실적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직후 금융상품 문의가 폭주하는 등 예상보다 고객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모바일 상담의 경우 대기자가 많은 관계로 당일 상담진행이 어려운 건에 대해서는 홈페이지 문의 또는 빠른 시간 내 연락을 취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케이뱅크가 초반 돌풍을 일으킨 배경은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편리한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점이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한몫’했다는 평이다.

실제 케이뱅크는 최근 들어 보기 드문 연 2%대의 정기예금을 선보이며, 시중은행보다 0.5%가량 더 높은 이자를 책정했다. 대출금리 역시 시중은행보다 최대 2%포인트 낮게 책정했다. 케이뱅크의 이날 수신계좌 수는 4만1307개, 체크카드 발급수는 3만6290장이다. 대출 승인 건수는 2714건을 기록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고 대출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케이뱅크의 돌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금리가 바닥인데다 돈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터넷은행을 찾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인터넷은행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은행이 조기 안착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증자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의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영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증자가 이뤄지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며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이 국내에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