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수주잔량 많아 인력 감축 당장엔 어려워
수주절벽 현상 지속 전망…하반기 '태풍' 예고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2019년까지 총 6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올해는 2조5000억원 규모를 이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어려움이 남아 보인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은 지난해 이행한 1조6000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규모를 대폭 늘려 잡았다. 올해 선박, 해양 등 사업부문별로 작년 실적에 대한 분석 결과와 이번연도 목표치 등 사업계획을 취합해 확정지은 수치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와 비슷한 1조5000억원 안팎의 자구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수립된 이행 목표치는 기대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다. 

구조조정 2년차에 접어든 만큼 지난해보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어서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은 5000억원 안팎의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인데, 여기에는 서울 당산동 사옥과 마곡 부지, 거제 사원숙소 매각 등이 포함됐다.

당산 사옥과 관련해서는 최근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과 당산 사옥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352억원이다.
 
당산동 사옥은 대우조선해양이 2009년 지은 중형 오피스 빌딩으로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로 그동안 대우조선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사용해왔다.

대우조선은 이번 계약 체결 때 계약금 일부를 받았으며, 빠른 시일 내에 잔금을 받기로 했다.

이 외에 대우조선해양은 40억원 상당의 한국선박금융(KOMARF)의 지분 전량 매각을 추진 하고 있다. 자회사인 웰리브 매각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 매각 건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최종 계약에 이르지 못했으나, 하반기에 매각을 다시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 선박 건조중인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하지만 최근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해 임직원 수를 2000명가량 줄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2000여명의 인원을 추가로 감축할 방침으로, 직영 인력은 올해 말까지 8500명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는 16~17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 앞서 사채채권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지만, 회사가 보유한 수주잔량이 많아 대규모 인력 감원이 당장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선사가 해외 발주처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면 통상 선박의 인도시점이 계약서에 명시되는 것이 통상적 관행이다. 조선사들은 이 일정에 따라 배를 만드는데 별다른 이유 없다면 인도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해외 발주처에 지체보상금 등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물적·인력 구조조정 등관 관련한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 임직원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노사가 힘을 합쳐 빠른 시일 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잔량을 이유로 거세지는 인력 구조조정 압박을 감당하기엔 어려울 전망이라는 견해도 있다. 회사채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라도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이 내년 상반기까지 1500여 명을 더 줄여야만 추가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만 대우조선을 회생시키기 위한 방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는 수주 절벽 현상이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없다는 점인데, 세계 최대 거제조선소를 보유한 대우조선으로선 매우 부담되는 대목"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인원 감축 등으로 대대적인 태풍이 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