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영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사를 드러낸 가운데 협정 참여국들과 경제관계가 깊은 우리 정부는 참여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22일 요미우리신문·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영국 시내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브렉시트 후 TPP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냈다.
그간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영국의 참여 의사가 드러난 적은 있지만 정부 관계자가 직접 이를 표명한 것은 처음으로, 영국은 최대 무역 상대였던 EU에서 이탈함으로 생기는 손해를 TPP 합류를 통해 만회하려는 복안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빠진 이후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TPP에는 캐나다·베트남·호주·멕시코·말레이시아·페루·칠레·싱가포르·뉴질랜드·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이들 국가가 협정에 정식 서명하면서 협정이 공식 출범했다.
또한 내년 초 발효를 앞두고 영국 뿐만 아니라 태국·인도네이사·콜롬비아·대만 등이 추가 참여 의사를 드러내고 있어 TPP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13%대에서 17%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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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 무역·통상 장관들이 협상을 마치고 핵심쟁점들을 일괄 타결했다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같은 상황 가운데 우리 정부는 상반기에 관련부처간 합의 도출과 통상절찹법상 국내 절차에 들어가고 하반기에 공청회 및 국회보고 등을 거쳐 참여의사를 밝히겠다고 했으나 예상보다 진행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 지난달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협정 관련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으나, 상반기에 진행됐어야 할 절차들이 완료되지 못하면서 하반기 참여 의사 결정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을 비롯한 관계부처·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산업부는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국내 기업의 시장 다변화 및 안정적인 교역·투자 환경 확보를 위해 협정 가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가입 협상에 들어가기 이전에 전략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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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TPP 대응전략 세미나'/사진=연합뉴스 |
이어 향후 제조업 및 농축수산업을 비롯해 업계 전반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협정 가입 관련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업계는 한국이 TPP에 가입할 경우 일본·멕시코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으며,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신남방정책 대상국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의 하나인 중남미 국가들과의 경제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협정이 발효된 이후에는 우리 측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어려운 것을 넘어 참여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며, 발효 전에도 가입을 늦게할 경우 협상 대상국이 많아져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가 연내 타결을 목표로 공식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TPP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어 이전에 합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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