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 특검중 최초 '수사기간 연장' 신청 안해
정권 초기 특검 성공사례 없어 어려움 예견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13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6차례의 특검 중 최초로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조계는 허익범 특검팀의 출범에 앞서 기존 경찰 검찰의 축소·부실 수사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고 역대 정권 초기에 특검의 성공사례가 없어 어려움이 예견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야권은 논평에서 정부와 여당이 특검팀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은 지난 60일 동안 살아있는 권력을 앞세워 압박해왔다"고 말했고 바른미래당은 "특검의 직무유기이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굴복임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여당은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에 대해 '특검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야권은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맞섰지만 세간의 예상과 다르게 특검은 스스로 칼을 접었다.

오는 25일 수사기간이 만료되는 특검팀은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51)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8일 기각되면서 수사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법조계에는 허 특검이 기간 연장을 신청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컸지만, 특검이 수사의지를 스스로 접는 모습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특히 특검은 윗선 개입에 따른 검경 부실수사를 비롯해 수사 본류로 꼽혔던 드루킹 일당의 조직적 댓글조작에 대한 김경수 지사의 공모, 청와대 인사청탁 경위,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댓글조작에 대한 네이버 방관 등 여러 의혹에 대해 하나도 시원하게 밝힌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철저히 물증에 기초한 수사를 표방한 특검은 김 지사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소환 조사 등 대질심문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의 진술 내용이 바뀌자 당황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핵심인물인 김경수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물론이고 드루킹 일당과의 통신기록 또한 보관기간이 지나 확보할 수 없었다"며 "검경이 현 정권의 눈치를 봐 수사 자체를 축소하고 부실하게 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 출범해 한계가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검법상 기소를 결정하기 어렵거나 수사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 한차례 더 연장할 수 있으나 그러한 선택 자체를 포기했다는 것은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관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특검은 김경수에게 드루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18만건 댓글에 8000만회 부정 클릭을 하거나 댓글 다는 방식으로 여론조작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할 예정으로 보이지만, 당초 검경의 눈치보기 부실수사로 수많은 증거가 사라진 상황이었다"라고 보았다.

그는 "부실수사 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은 유일하게 유임됐고 드루킹 일당과 연루된 인물인 송인배 비서관은 제1부속비서관에서 정무비서관으로 사실상 영전됐다"며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특검은 경찰이 사전에 2차례 압수수색했던 사무실 쓰레기더미에서 드루킹 일당의 휴대전화와 유심칩 수십개를 확보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향후 김경수-드루킹 재판 전망에 대해 그는 "공모관계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크다"며 "김 지사가 킹크랩 매크로프로그램 시연회에 참석해 드루킹 일당의 댓글공작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첨예한 공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여권 핵심 인사이자 드루킹 일당과 연루된 청와대 송인배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처리 방향을 곧 결정할 예정이다.

김경수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접으려는 특검이 이들에 대해 어떠한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오는 25일 수사를 종료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불구속 기소 등 수사 결과는 27일 발표할 예정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