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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 한주 간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이야기가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북한 리선권이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했다는 해당 ‘막말’은 지난 달 29일 통일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알려졌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해당 막말을 보고 받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북측에서 남북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측면에서…”라고 해명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고, 건너 건너 들은 거라며 ‘물 타기 작전’을 시작한 거다. 여기에다 여당 원내대표라는 홍영표 의원은 기업 총수들에게 전화해 “그런 말 들은 적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 말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간 큰일 날 것 같다고 추측한다면 기우일까. 사실상 홍 의원의 전화가 “들었건 말았건 입 다물고 있으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 빼곤 다 알고 있을 거다.
일각에선 정부가 해당 이야기가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색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색출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주지하다시피 누가 말하고 다녔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공식 석상에서 시인한 사안이니 북한에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게 먼저다. 물론 북한이라면 모든 걸 내어줄 준비가 돼 있는 문재인 정부이기에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나 통일부, 여당 모두 우리 기업인들이 그런 막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보단 ‘리선권 지키기’에 혈안 된 모습이다. 물론 그들의 본질이 그렇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기에 놀랍진 않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나라에 세금을 내고 비위를 맞추며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 우리 총수들의 처지다.
당시 리선권과 같은 테이블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진위여부’를 알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그런데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그들의 침묵이 애처롭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리 기업들이 이런 삼류 정치에 휘말려 구설에 오르고 곤혹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지겹고 또 지겹다.
문재인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정상 국가지만 때론 정상국가가 아니기도 한’ 특이한 나라다. 실패한 체제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고, 세계 최고로 가난하며, 인권 유린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무서운 곳이다. 그런 나라에 글로벌 기업 총수들을 데려가 “여러 측면에서 유명한 인물이던데”라던가, “정주영 회장은 그러지 않았는데” 같은 말을 듣게 한 정부는 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이들의 말로가 진심으로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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