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3일 오후 기자들의 눈은 바른미래당으로 쏠렸다. 격론 끝에 12 대 11, 1표 차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통과됐다.
당헌은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고 규정했지만 바른미래당은 이를 무시했다. 원내대표 직권으로 3분의 2가 아닌 '과반'으로 표결을 결정해 추인했다. 당헌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당론으로 정해지지도 않았다.
총 29명 의원 중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4명을 비롯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박주선 의원,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언주 의원 등 6명은 표결에서 제외됐다. 4시간의 격론 끝에 나온 1표차 결론으로 당내 파열음은 분당 수순으로 치달았다.
무기명 투표라 누가 어디에 표를 던졌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후일 역사가들이 볼 때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일까.
제1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야합해 의회민주주의가 사망한 날이라고 기록할지, 소수정당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2020년 21대 총선에 두각을 드러내는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할지 미지수다.
여야 4당이 지난 23일 공수처 설치안·검경수사권 조정안·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잇달아 추인했지만 그 여파는 국회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로 거세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정치공학적 움직임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의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바른미래당은 그 정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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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1일 열린 바른미래당 82차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관영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바른미래당 제공 |
패스트트랙의 한 축인 공수처 발족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해선 25일 열리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총 18명)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7명이 전원 반대를 던진다는 전제 하에 바른미래당 소속 오신환, 권은희 의원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사개특위 패스트트랙은 무산된다.
이러한 입법 구조상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빼고 다른 의원으로 대체(사보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까지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을 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며칠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선거제를 바꾸고 검찰이 꼼짝 못할 공수처를 만드려는 시도는 도리어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총선 룰을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국가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기도 하다.
정계 개편을 통해 '재선'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심산으로 국민의 눈을 호도하려는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작태가 낯뜨겁다.